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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37년 교직생활 마무리

by 리치샘 2018. 2. 3.

2018년 2월 2일 밀성제일고 예지림에서 나는 37년 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는 명예 퇴임식을 가졌다.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명예퇴임을 결정하고 지내온 기간이 1년 남짓 되어 퇴임 후의 생활에 대한 불투명성은 많이 사라진 상태, 그야말로 인생 2막을 열고 여태 소망해왔던 여유로운 생활을 시작할 작정이다.


<퇴임사>

내가 젊은 시절, 패기가 넘치던 때, 하동에서 있는 만해 한용운 선생님과 인연이 있는 다솔사라는 절을 친구들과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던 우리들에게 산을 내려오던 한 스님이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넓은 것이 무엇인고?

우리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다시 질문을 하나 더 던졌습니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좁고 작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우?

사실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우주라고 확신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원소, 전자 등을 머릿속에 떠올렸지요. 친구 몇몇은 내가 생각했던 정답을 우리가 그런 것쯤도 모를 줄 알았냐는 듯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잠시 미소를 띄더니 답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그것은 마음이라고 하고는 홀연히 가던 길을 가버렸습니다. 

그 후 일체유심조라는 한자 구절을 어떤 책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행동을 만든다고 하지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지요?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높은 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쓰는 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우리는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등등의 말을 많이 쓰죠.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태국인들은 마이 뻰 라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괜찮아라는 뜻이랍니다. 마음 씀이 아주 긍정적이죠?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못살지만 더 행복한가 봅니다. 

여러분, 나는 오늘 이 자리까지 37년을 해마다 여러 분 또래 즉 고등학생들과 지내왔습니다. 여러분은 늘 티없이 맑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 또한 여느 다른 직업인보다 맑은 마음을 가지고 지내왔다고 자부합니다. 마이 뺀 라이였죠. 그런 면에서 나는 참 행복한 직업 생활을 한 사람입니다.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그러나 이제는 몸이 따라주지를 않음을 느낍니다.

내게 주었던 수많은 순수한 눈빛들을 헤아려보면서 이제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 좀더 넓은 세상을 향해서 내 마음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도움을 받고, 사랑 받고 살아왔으니 지금부터는 도와주고, 작은 사랑을 베풀려고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곁에서 함께 해준 선후배 선생님들, 그리고 때로는 약간 나태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앞날을 준비하면서 나와 함께 해주었던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