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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청계천 컴퓨터로부터 시작한 나의 컴퓨터 생활

by 리치샘 2018. 3. 25.

벌써 까마득한 옛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내 나이 또래의 몇몇 사람들은 청계천 컴퓨터를 갖고 컴퓨터 생활을 시작했다. 나 역시 나를 거쳐간 수많은 컴퓨터 중에서 맨 처음 것은 청계천 컴퓨터였다.

내 절친한 친구와의 라이벌 의식으로 소위 '묻지마 구매'를 했던 컴퓨터였다. 그 당시는 자가용이 없었을 뿐 아니라, 택배 서비스도 없던 시절이라, 진주에서 산 컴퓨터를 밀양으로 가져올 방법이 막연했는데 궁리하다보니 진주역에서 소화물로 부치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진주역에서 부친 컴퓨터는 무사히 밀양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컴퓨터는 나의 책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뭐든 알아서 척척해줄 줄로 믿었던 나를 무척이나 애태우기 시작했다. 도스 디스켓을 넣고 부팅을 하고 다시 어플 디스켓을 넣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건 구입하고 난 뒤 3개월 정도 지났을 때다. 그 동안 나는 아침에 일어나 어떤 일이 일어날 걸 기대하면서 전원 스위치를 한 번 켜보고 그리고 아무 일도 없어서 끄고 출근을 했다가 퇴근하면 다시 전원 스위치를 켜보는 무지몽매한 짓을 반복했다. 

친구가 사서 공부하라고 했던 도스 책은 모두 영문이어서 나에게는 난공불락처럼 여겨져 읽고 해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트(Boot) 혹은 부팅(Booting)이라는 단어는 영한사전에 '목이 긴 가죽 신발'로 나왔지 컴퓨터와 관련된 아무런 뜻풀이도 없던 시절이었다.

<시남없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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