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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2017 미얀마 기행 #19 핀우린, 쉐샤얀 골프&리조트

by 리치샘 2017. 1. 26.

이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인들은 아마도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 다녔던 모양이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휴양도시 핀우린(Phin Oo Lwin)이다. 

핀우린은 만달레이에서 67km 정도 떨어진 도시로, 해발 1,070m 고지대이다. 기후가 미얀마의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각종 활엽수와 편백나무들이 울창하다사시사철 꽃과 과일이 열리고, 과일로 만든 잼과 과일와인, 커피 등의 재배가 탁월한 곳이다.

 

1,896년 영국인들이 식민지 시절 벵갈 제5 경비사령부가 있었던 곳당시 사령관 이름은 '제이 메이'의 성 '메이'를 따고 도시란 뜻의 미얀마 ''를 합성해서 '메이 묘'라고도 한다. 현지인들은 꽃의 도시라는 뜻으로 판묘도(Pan Myo Daw)라고도 부른다.
지금도 이곳에는 미얀마 육군사관학교(탓마도 Tatmadaw)가 있어 미얀마인들의 방문이 많다.

만달레이에서 로컬 버스(2,000), 쉐어택시를 이용하면 2시간 걸리고, 업 트럭을 타면 3시간 걸린다. 로컬 버스 강추. 택시나 픽업 트럭은 몸살을 감수해야 할 듯. 

 

영국 식민지 시절 여름철 행정수도로 이용함과 동시에 휴양지 별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며, 건물과 시계탑을 비롯한 영국풍의 유적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삔우린은 네팔인이 5천명, 인도인이 1만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들이 이곳에서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다가 그대로 머물어 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서인지 중국풍의 절도 있다.

만달레이에서 보면 산꼭대기 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지를 3-4개 오르고 또 오르면 핀우린이 나타난다.

핀우린은 남쪽의 깐도지 호수를 중심으로 한 가든 구역과 북쪽의 다운타운 구역 등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다운타운 지역에는 영국풍의 시계탑인 퍼셀타워가 있고 그 근방에 핀우린 기차역이 있다. 핀우린 역은 만달레이로부터 곡테익, 시뽀로 이어지는 협계 철로의 중간역 역할을 하는데, 하루 한번 오가는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보면 한때 세계 최고 높이의 철교로 등록되기도 했던 곡테익 철교를 만나게 된다.
가든 지역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둘 있는데 북쪽의 작은 호수는 주변에 골프장, 호텔, 카페, 음식점들이 있고, 남쪽의 큰 호수는 잘 꾸며진 정원과 전망대, 화석박물관 그리고 미얀마의 주요 건물들을 축소시켜 놓은 랜드마크 가든 등을 포함한 큰 공원이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베란다에 나가봤다. 내 방의 베란다가 북쪽으로 나 있어 떠오르는 해는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어젯밤에 의논한대로 골프 라운드도 하고 깐도지 가든도 구경하려면 바삐 움직여야 한다. 저녁에는 네피도에 도착해야 하니까.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먼저 하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식 아침 식사를 했다.

먼저 핀우린 골프장으로 갔다. 골프장 상태를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잔디가 소위 떡잔디다. 거기다가 아침부터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날씨는 춥고, 저 질퍽거리는 질긴 잔디 위로 골프채를 파묻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라운드하고 가자는 파와 한번을 쳐도 괜찮은 곳에서 치자는 파로 나뉘어 밀고 당기고 하다가 결국 만달레이에 있는 두 군데 골프장이 아무래도 더 나을 것이라고 우겨서 깐도지 가든 구경부터 나섰다.

 

깐도지 호수에는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골프장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던지.

 

백조까지 가세해서 동화의 세계는 더욱 완벽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화단을 가꾸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동화의 세계에 즐거운 손님들이 왔다. 이 75세의 할머니는 딸과 손녀들을 대동하고 생일을 기념하여 이 선경에 들어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나도 막무가내로 끼어들어 함께 춤을 추었다.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고 그냥 박자에 몸을 맡겼다. 모두들 한 바탕 신나게 놀았다. 
손녀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셀카봉에 매단 폰카메라를 눌러댔다.

 

기념 촬영도 잊지 않았다.

 

전망대가 보였으나 갈길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서 가보질 못했다. 내가 이 즐거운 가족과 노는 동안 공 치자는 파는 저들끼리 전망대를 다녀온 모양이다. 

차가 있던 곳으로 오니 차가 없었다. 서너 명의 일행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골프 라운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데 대해 마음이 붉혀져서 저들끼리 가버린건가? 

두리번 거리면서 입구 쪽에 있는 카페에서 모닝 커피나 한잔하면서 기다려볼까 했는데 카페가 문을 열 기미가 없다. 그러던 차에 사라졌던 일행이 숲 속에서 나타났다. 전망대에 갔다가 되돌아와서 나의 무리가 보이지 않아 숲속 산책로를 따라가 봤더란다. 그럼 차는? 아무도 모른단다. 허걱!!
미스터 민이 기본적인 단어 외는 영어를 아는 것이 없어 의사 소통이 힘들었는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진짜 대략 난감이다. 

 

어쨋든 공원의 나머지 지역도 살펴보자.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뿐이지 않은가?
같이 놀았던 할머니를 또 만났다. 볼 수록 정겹다. 또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고, '안녕하세요? 밍글라바!
'

 

기념 모자를 사서 포즈를 취해본다. 모자 한 개에 2,500짯이면 기념품으로는 최상 아니겠는가?

 

공원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정성스럽게 배어 있다.

 

잠시 재미있는 사진 놀이도 해보고...

 

 

깐도지 가든의 심볼을 배경으로,

 

체면상 좀처럼 잘 안하는 이런 유아적인 백조 흉내도 내본다.
아니, 저 백조가 나더러 자기처럼 해보라고 해서 한거다.

 

화석박물관이 있다.

 

'Don't touch'가 아니라 'Touch'라고 적혀 있다. 문지르면 건강해지고 복이 온다고 안내되어 있다. 열심히 문질렀다.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에 한 시간 넘게 빠져있다가 현실로 돌아와보니 사라졌던 차가 나타났다. 차 타이어가 펑크나서 수리 갔다왔단다.

하긴 이 험한 도로에서 펑크가 안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아스팔트 도로가 죄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자갈을 깔고 장작불을 지펴 콜타르를 드럼통에서 끓여서 붓고 다진 도로니 거의 마른 논바닥이나 다름없는 길이었다. 군데군데 패인 것은 기본이고.

 

다음 행선지는 폭포다. 닷토짜익 폭포(Dat Taw Gyaint Waterfall 지도 보기). 핀우린에서 만달레이로 내려오는 끝자락에 있는 거대 폭포다. 건기라 수량이 적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이정표를 따라 갔는데 처음 간 곳은 폭포를 올려다보는 곳, 계곡 아래로 걸어서 1시간 가량을 내려갔다 올라와야 하는 곳으로 간 것이다.
'정보에 의하면 폭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더라, 거기로 가자'고 기사에게 부탁을 했고, 여기를 처음 온 기사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간선도로로 나와서는 핀우린 쪽으로 다시 올라가 'The View'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꺾는다. 맞다. 거기로 가는 거야.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 계단으로 들어가려니 젊은 친구가 와서 표를 끊어야 한단다. 1인당 입장료가 1,000짯이라고 한다. 석장이면 커피 한잔이 무료라는 설명도 해준다.

 

카페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그 건물을 지나쳐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가니 이런 선경이 펼쳐진다. 얼추 몇 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4단 폭포가 우렁찬 물소리를 내고 있었다.
처음 갔던 곳은 저 맞은 편 꼭대기에 보이는 집 근처, 거기서 절벽을 따라 맨 아래 폭포 쪽으로 내려와 폭포를 올려다 봐야 하는 상황을 맞을 뻔 했던 것이다.

 

이 곳으로 이어지는 철도는 이런 협곡을 몇 번이나 만나는 모양. 그래서 굽이돌기를 몇 번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핀우린을 지나 북쪽 시뽀 쪽으로 가다보면 끝내는 협곡을 가로지르는 아주 높은 철교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그것이 곡테익 철교라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철교.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핀우린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면서 그 철교도 경험해봐야겠다.

 

선경을 아는 이가 여기 있다. 저만 독점하려고 이름은 열반의 집이라고 써붙여놓고 출입 금지란다. 

 

이 사진은 우연히 찍은 두 장을 구글 포토(Google Photo)가 발견해서 이어붙여준 것이다. 내가 무슨 홍길동이도 아닌데 사진 속에서 두 명으로 복제되었다.

 

카페로 올라와 커피를 마신다. 커피맛보다는 풍경 맛이 더 좋다.

계산을 하면서 입장할 때 산 표를 내밀었더니 장당 1000짯으로 계산을 해준다. 2500짯 커피를 1500짯에 마신 셈이 되는데 입장권을 판 친구의 말(3장이면 커피 한 잔 무료)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어쨋든 더 돌려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험로를 타고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는데, 밤에 오르는 길보다 낮에 내려오는 길은 그리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가뿐하게 만달레이로 내려왔다. 만달레이 시내에 근접할 무렵 길과 동네는 온통 뽀얀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채석장이었다. 미얀마에 필요한 건설용 돌은 여기서 다 캐내는 듯 거의 몇 킬로 미터에 걸쳐 거대한 산을 깎아 돌을 캐내고 있었다. 캐내면서 아예 평지로 만들어버리지 않고 묘하게도 마치 장가계의 바위들처럼 뽀쪽한 형상으로 남겨놓아서 이대로 두고 채석을 그만둔다면 몇 십 년 후에는 인공 장가계 풍경이 나올 법도 하였다.
아래 골프장 사진에 보이는 산자락을 자세히 보면 채석상이 어렴풋하게 보이며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만달레이 외곽지역에 있는 골프장으로 향했다.
만달레이에는 두 군데의 골프장이 있다. 그 중에서 만달레이 힐에서 봤던 골프장인 쉐만타웅 골프장은 9홀은 잔디가 아주 고와보였는데 나머지 9홀은 공사중인 듯한 모습이었다. 나머지 하나인 쉐샤얀 골프&리조트로 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페어웨이와 그린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고, 캐디들의 질적 수준도 낮았으며, 곳곳에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어 악취까지 풍겼다. 게다가 1800짯짜리 만달레이 럼을 3000짯에 팔기도 했다.

깊은 수심에 빠른 물흐름이 위용이 있어보이는 마이인지 강을 끼고 있는 거의 마지막인 이 홀은 나름 운치가 있어보였지만 강 주변이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고, 잡풀과 쓰레기들이 뒤엉켜 그림보다는 훨씬 상쾌하지 못했다. 
우리 뒷팀은 캐디가 명랑하고 쾌활한 아이여서 즐거웠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


사진 출처 : 구글 포토

 

차가 많아 길이 막히는 의외의 상황을 맞아 한참 걸려 만달레이 시내를 겨우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렸다. 그리고 네피도로 향해 미스터 민은 차분하게 달려주었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은 고속도로 2차선의 차선 중앙에 정확하게 차를 올려 달렸다. 

저녁은 285마일 휴게소의 필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그곳의 메뉴는 네피도나 핀우린의 필과는 완전 딴판. 이것저것 보이는 대로 먹고 싶은 것을 가리키면 접시에 담아서 갖다준다. 계산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