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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2017 미얀마 기행 #20 Adieu, Nai Phy Taw

by 리치샘 2017. 1. 26.

2017 미얀마 여행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1월 17일과 18일은 마무리 일정이다.
17일에는 그간 도움을 주었던 쪼매왕과 에뚜조 가족을 초청하여 필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했다.

18일은 마지막 라운드를 시티 골프클럽에서 하고, 짐 챙겨 밤 8시 네피도 공항에서 방콕으로 가서, 이튿날 새벽 1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

우리가 주로 머물렀던 네피도를 두고 어떤 여행 책자에는 '그들만의 성채'라고 했다. 2005년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양곤에서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 이후 2012년에 본 모습이나 5년이 지나 이번에 본 모습이나 변한 것이 거의 없다.
길만 휑하니 덩그랗게 뚫려 있을 뿐 차량이나 사람의 내왕은 뜸하고, 건물들은 모두 숲 속에 숨어거나 잠겨 있으며, 사람이 모이는 곳은 일부러 차를 타고 찾아가야 한다. 이 도시를 아는 사람만 이 도시를 향유한다.
그래서 여행자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도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여행자 거리도 없을 뿐더러 가볼 만한 명소도, 태국에서 흔한 야시장도, 축제와 같은 즐길거리도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보면 의외로 솔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제법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골프라고 생각된다.

네피도의 골프는 우선 비용이 싸다. 대표적인 시티골프클럽의 경우 내국인보다는 훨씬 비싸게 받는데도 불구하고 18홀에 30$이면 족하다.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날이면 날마다 황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몇 팀이 보이는데 그렇다고 뒤따라가고 쫓기는 압박은 전혀 없다. 뒤따라오면 앞서 보내버리면 되니까. 그리고 대체로 이들은 9홀만 돌고 끝낸다.


네피도의 1월 날씨는 쾌청 그 자체다. 최저 15-6도, 최고 29-30도에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오염되지 않은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면 마음과 머리가 한 없이 맑아진다. 오후, 햇볕이 따가우면 그늘에 들어가면 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한순간에 따가움은 사라지고 신선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네피도의 음식은 우리 음식과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샨 음식은 마치 우리 음식 같다. 대형 슈퍼에서 팔고 있는 채소류 재료들은 우리와는 다른 것도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음식은 고춧가루, 소금, 젖갈류의 양념을 사용해서 중국 남부 음식처럼 독특하지 않아 아무 거나 먹어도 거부감이 별로 없다. 고기류는 주로 닭고기, 돼지고지, 소고기다.


그들만의 성채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있다. 왕복 20차선 도로이다.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 쪽으로 연결되는 도로다.


길가에는 사열대가 만들어져 있다. 군대 퍼레이드 용으로 만든 길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이 길은 비행기가 뜨고 앉아도 충분하겠다. 


길에 차를 세우고 촬영을 하면 제지를 당하는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단일 목적으로 세운 건물군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다.


부 부처 건물은 무슨 미로 찾기하듯 찾아가야 한다. 숲 속으로 꼬불꼬불하게 난 길을 돌아가다 보면 문득문득 한 부처씩 나타난다.

이번 여행에서는 파리보다 5배 넓다는 네피도의 광활한 구역을 거의 구석구석 다 다녀본 셈이다. 그래도 못 가본 곳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국회의사당, 정부부처 지역, 군 지역 이런 관공서 지역은 매력이 없다. 사람 냄새가 전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핀마나 재래시장, 타베곤, 묘마 마켓 등지에서는 사람들의 온기와 열정이 넘쳤다. 정션 센터, 오션 슈퍼센터 같이 현대화된 대형 매장에서는 우리 나라의 대형 매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똑같은 걸 느꼈다.

내가 내 모습을 보면서 곰곰히 들여다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사진을 보니 노인네 분위기가 물씬한 것같아 약간 서럽다.
약간 초췌해 보이기도 한다. 해외에 나오면 몸무게 1-2kg을 빼고 갈거라는 기대를 하곤 하는데 그간은 번번히 실패, 오히려 살이 더 붙어 돌아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목적을 달성할 것 같다. 난데없는 설사를 만나서 말이다. ㅋㅋ

돈을 열심히 세고 있는 건, 우리의 알뜰한 총무 오 선생님이 미얀마 돈을 탈탈 털고 가야한다면서 정산을 하고 있는 과정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친구들 이별 만찬 이후 2차로 KTV에 갔는데, 거기서 우리 노래를 만났다. 한글자막과 함께. 


18일, 공항으로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들른 열심히 사는 쪼묘왕의 집. 비록 집은 남루하기 짝이 없지만 저 백판에 적혀있는 글씨는 시대의 첨단을 가고 있는 것 같다.


한 때 이곳 예진의 농촌진흥원 실험 농지의 터줏대감이었던 김 박사는 성실한 쪼묘왕 연구원을 양아들로 삼게 되었고, 그 양아들은 이번 여행에서 우리를 가족 모시듯 지극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해 주었다. 

고마워 쪼묘왕!


네피도 공항 앞에서 보는 노을. 역시 선홍색, 잡티가 없는 순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방콕 가는 방콕 에어웨이즈(Bangkok Airways) 비행기. 프로펠러 비행기로 양곤-네피도 Air KBZ와 같은 기종이었다.
뒷쪽에 있는 비행기 문 계단을 올라 탑승을 한다. 네피도-방콕 직항편인 이 비행기에는 72명 정원에 거의 절반의 좌석이 찼다. 의외다. 
방콕까지 2시간 반 동안 날아갈 것이다.

방콕에 착륙한 시간이 밤 10시 30분, 비행기는 마치 길을 잃은 듯, 공항을 20여분 이리저리 헤매다가 공항 청사와 한참 떨어진 곳에 멈춘다. 방콕에서 부산행으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연결편이 아니어서 입국과 출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수하물 찾기 - 입국 심사 - 부산행 티켓팅 - 수화물 부치기 - 출국 심사 등 절차가 남아 있는데 여유 시간은 2시간 남짓, 마음이 바쁘다.
이 와중에 입국 신고서가 말썽을 부린다. 비행기에서도 나누어주지 않았고, 입국 심사대 근처 데스크에도 용지가 없었다. 줄 안내를 맡은 여직원들이 몇 장 쥐고 있을 뿐이었다. 일행이 7명이라 7장을 달라고 했더니 데스크에 가면 있단다. 데스크 대 여섯 곳 어디에도 용지가 없었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거기 가라고 한다. 거의 뺏다시피해서 용지를 얻어서 줄에서 비켜서 급하게 적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인상 나쁜 여성 안내원은 '코리안' 어쩌구 하면서 빈정대는 듯 중얼거린다.
'당신은 거기서 줄만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잖아? 오로지 줄 세우는 일에만 매달리는데 그건 저 미로 같은 줄 끈이 잘 하고 있으니 당신은 손님들에게 불편함이 없는가, 입국하는데 문제는 없는가 등을 살펴야 해.'

한 번 더 느끼는 일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눈치가 없고, 융통성이 부족하다. 시스템이 매끄럽게 작동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다.


복잡한 방콕의 수안나폼 공항, 입국하고, 출국하는 절차를 밟기 위해 바쁘게 이동하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거대한 거울이 있다. 깨알을 쏟아부은 듯한 사람들 모습이 들어온다. 지금 시간이 밤 12시인데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부산이 보인다. 이제 거의 천국과 같았던 보름 간의 일탈에서 부산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벌써 머리가 복잡해진다. 


[동영상] 귀국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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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묘왕과 헤어지며 그의 집앞에서 나눈 포옹, 일행이 순간 포착을 했다. 나를 삼촌이라 불러주는 이 조카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더 깊은 인연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별 만찬에 나온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쪼묘왕 가족, 에뚜조 가족, 에뚜조의 유쾌한 친구 둘, 우리를 안전하게 태우고 다녀준 운전기사 민, 그리고 우리 동반자들.


모두모두 사랑해요!!
I love you all, I love you so m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