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9일 오전, 함안 입곡군립공원에서 기대만큼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집 나온 김에 가보고 싶었던 또 한 군데 남지 개비리길을 가보기로 하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내서 톨게이트 근처의 캠핑카 전시장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지나치고 말았다.
은퇴 후에 캠핑카 타고 유람하면서 살 생각을 하며 잠시 우리 부부 흐뭇한 기대감에 빠지기도 했다.
내서IC에서 구마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남지IC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개비리길은 남지 낙동강 둑을 타고 올라가다 막다른 길에서 만나게 되는
용산마을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남지읍을 우회해서 북쪽으로 좀더 올라가
양아지 마을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개비리길의 비리는 벼랑의 사투리, 강을 따라 낭떠러기 벼랑길이 나있는데
이 길을 걸어볼 요량이면 양아지 마을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곳 역시 정보 부족으로 우리는 용산마을 쪽으로 들어섰다.
주차를 안내하는 할아버지가 차를 돌려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둑 위로 찻길이 문득 끝나버린 것을 막다른 곳까지 가서야 알았다.
그곳에 안내판이 있었다. 산 쪽으로는 산행길, 강쪽으로는
그저 평범하니 높낮이가 없는 비포장길이다.
아래 안내판을 봐서는 어디부터가 제대로 된 벼랑길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입곡에서 제법 걸어서 무거워진 다리를 감안해서
강가 쪽으로 난 길로 들어섰다.
산위로 해서 둘러오는 길이 도합 6.4킬로미터로 표시되어 있어 만만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부터 들러야겠다고 작정하고 둔치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둔치에는 이런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조형물도 있고.
그런데 화장실은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불결 최악!!
볼 일을 보지 못하고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망대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넓디 넓은 둔치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남지 둔치는 유채꽃이 유명하다. 유채꽃이 필 때면 축제도 벌어진다.
이 맘 때는 자전거 타기에도 좋을 듯 했다. 남지 읍내 쪽 철교 밑에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강을 따라 나있는 길. 이 길은 인근 농가의 트럭도 심심찮게 다녀 호젓한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낙동강 기슭 중에서는 벼랑이 있는 곳이어서
밀양의 삼랑진 작원관과 같이 임진왜란 관련 역사적 흔적이 있다.
개비리의 비리는 벼랑의 사투리, 그럼 개란 말은 왜 붙었을까?
답은 이 안내판에 있다. 어미개의 새끼에 대한 모정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마지막 부분에 적혀있는 강의 벼랑이란 의미가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강에는 강태공도 제법 있다.
1.5킬로미터 남짓 걸어 용산양수장 쯤에서 왔던 길을 뒤돌아본다.
저쪽 산자락 오른쪽으로는 의령 쪽으로 난 물길이 있어 이곳에서 합수하고 있다.
1차선 비포장길이 계속 이어져 별로 흥미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돌아서 왔던 길로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갔다와서 안 사실은 1차선 비포장길마저 끝나는 지점 즉 용산양수장 지나 200미터 지점부터 개비리길이 시작된다는 사실!
진짜 개비리길을 지척에 두고 발길을 돌린 셈이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우리가 발길을 돌렸던 곳은 용산양수장 근처인데,
개비리길은 거기서부터 양아지 나루터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
사진 출처 : http://www.cyberoro.com/board/info_view.oro?bd_num=15112&bd_div=12
한 주가 지난 11월 26일,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개비리를 찾았다.
이번에는 남지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 양아지 마을 쪽으로 접근했다.
양아지 나루터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옆으로 난 개비리길로 들어선다.
무슨 용도인지 모를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들어서자마자 기대했던 벼랑길이 시작된다.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은 양아지 나루터로 배가 정박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시설이다.
낙동강이 찬바람을 일으켜 벼랑 쪽으로 보내온다.
낙엽이 수북하다. 날씨가 싸늘한 탓인지 오가는 사람들은 지난 주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벼랑길.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숲이 제법 크다.
대나무숲을 지나면 정겨운 오솔길이다.
어미 개와 강아지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벼랑길을 조심조심 건너온 어미 개가 여기서부터는 신나게 달렸을 것 같다.
다시 벼랑길이다.
이정표.
양아지 나루터로부터 1.5킬로미터, 청나루 주차장(용산리 마을)까지는 2.2킬로미터란다.
오른쪽 산 위로는 마분산으로 가는 길.
오늘은 여기서 되돌아선다.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용산양수장이다.
추락 위험 경고판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벼랑의 높이가 제법 있어서 위험한 구간이 많다.
이하의 사진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찍은 사진들.
전체적으로 큰 감흥은 없는 평범한 길이다.
큰 감흥이란 아주 높은 벼랑도 아니오, 숲이 울창하거나 수목이 수려한 그런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길이가 긴 것도 아닌다.
경남 밀양의 삼랑진 작원관 부근은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이 벼랑이 가파르고 여유 공간이 없을 뿐더러 산을 우회하는 등의 다른 대책이 없어 강위로 다리를 놓아 길을 틋지만
이곳은 자전거길이 벼랑이 있는 이 산(마분산일 듯)을 우회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전거 종주길이 강을 벗어나 기존의 도로를 이용, 우회하도록 해놓은 곳은 김해 한림과 생림 사이에도 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싸가지고 갔던 과일이나 삶은 고구마 등은 먹지 못하고
시려운 손을 비비면서 남지 읍내로 들어가 한우 국밥을 사먹고 다음 행선지인 부곡온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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