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에 문외한인 내게 숙제가 하나 떨어졌다. 과수 심기다.
시골에 있는 밭을 묵혀놓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평생 농사꾼인 어머니께서 안타까운 나머지 내게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으셨고 나도 노후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 과수를 심기로 작정을 한 상태. 올해는 반드시 과수를 심을거라고 공언했었는데, 3월 초 인근의 수산 장에 갔더니 묘목이 나와 있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많이. 나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는 경험이 전혀 없어 농사꾼이었던 바로 밑 남동생의 도움을 얻지 않으면 아무 일도 착수조차 할 수 없는 처지인데, 동생은 회사일로 잔업의 연속이라 시간을 낼 수 없단다. 그러기를 3주가 지났다.
3월 29일 일요일, 동생이 귀한 시간을 내주었다.
먼저 묘목을 사기 위해 대구 달성의 냉천으로 갔다.
부곡 온천을 지날 때 벚꽃 가로수가 화사한 꽃망울을 내밀고 있었다.
이건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는데 지주대를 세우고 나무를 거의 모든 나무를 거의 똑같은 모양의 판박이로 가지를 지주대에 연결해놓았다. 열매가 여는 나무인 모양인데 너무나 인위적인 조작이라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과수 농사를 짓는 사람은 지극 정성을 다한 결과일거란 생각도 들었다.
냉천, 가창이라고도 부르는 동네에 있는 묘목장. 젊은 친구가 그의 아버지 일을 이어받아 열심히 묘목을 키우고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 묘목장에는 불루베리 전문인 듯 했다. 동생과 내가 결론 내리고 심기로 한 체리도 제법 많았다. 젊은 사장이 체리 전정하는 법을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다.
동생과 제수씨까지 합세해서 묘목 35주와 작년에 심었던 10여 그루의 묘목을 옮겨 5m 간격으로 다시 심었다. 흙을 돋우어 심고, 물을 주고 비닐을 그 위에 덮어주는 작업. 해보지 않던 작업이나 꽤나 힘들었다.
옷과 모자가 흙투성이가 되었다. 땀도 많이 흘렸다.
동쪽으로 본 모습.
서쪽으로 본 모습.
밭에 체리 심기를 마치고 아버지 묘소 입구에 매실 나무 몇 그루를 심기 위해 이동 중. 동네 빈집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묘소 입구에 짜투리 땅이 있는데 놀려두지 말고 무엇이라도 심어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늘상 말씀하셔서 그 뜻을 이렇게 구현했다.
아버지 묘소에서 내려다본 고향 마을 모습. 하얀 목련꽃이 위의 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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