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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면서

에듀파인과 교사

by 리치샘 2014. 5. 28.

회사에는 사무를 보는 사람과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물론 소규모 영세 회사에서는 사무와 생산을 함께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규모가 있고 전문화된 회사는 하는 일의 구분이 분명하다.

학교는 어떤가?
학교에도 사무를 보는 행정실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무실로 구분되어 있고 하는 일도 행정은 교육 행정과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뒷바라지하는 각종 서비스를 하는 곳이고, 교무실에 있는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교사에게는 영세 업체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의 혼재 즉 행정과 가르침을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학교는 아직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르침과 행정의 기울기가 행정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도 있어 이건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예가 에듀파인 업무다.

에듀파인은 행재정업무를 보기 위한 전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시 재정적인 부분 즉 수입과 지출 등의 회계를 처리하는 프로그램과 구입된 물건을 관리하는 물품 관리 프로그램 등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교사들의 상당수는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각종 행사를 기획하면서 재정 지출을 해야 하므로 회계 프로그램을 다루어야 한다. 이 일이 과연 교사가 해야할 일인가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다.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행정실에 의뢰하고 행정실이 실무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데, 행정실 쪽에서는 실무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알기 어려워 모든 일을 행정실에서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에듀파인의 물품 관리 부분을 살펴보자.

아래 화면은 행정실에서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니 담당 교사가 해야할 일이라고 아예 던져버린 것으로 기자재 관리 부분이다.
학교의 실험 실습실에 관련된 부분인데 과거로부터 있어왔던 실습실 예를 들어 과학실, 음악실, 체육실 등은 담당교사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실은 예외다. 컴퓨터는 첨단 분야라서 담당 전문교사가 아니고는 알 수 없다는 논리이다.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매일 이 화면만 켜놓고 수업도 뒷전으로 미루어야 할 판이다. 기자재 등록, 수정, 이동을 수시로 해야하고 현황 파악을 해서, 수리, 대체, 확충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수시로 보고도 해야 한다.

이 화면은 이것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교사를 더 당황스럽게 한다.


기자재 관리 프로그램은 물품 관리 프로그램과 밀접한 연결 관계에 있다.
1차적으로 물품 관리가 이루어져야 기자재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음 그림은 물품 관리 프로그램의 초기화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자재 관리 프로그램에 비해 조금더 복잡하다. 메뉴 페이지가 2 페이지로 되어 있을 정도다. 메뉴가 이렇게 많다보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더구나 이 일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용어의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 많다.

메뉴만 대략 살펴봐도 이 일은 한 사람의 온전한 일거리가 되고도 남을 정도다.
이런 일을 다른 업무와 함께 뭉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할 교사에게 맡긴다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업무를 분장하는 일은 관리자의 몫이다. 이 일을 관리자들은 대부분 관리 논리로 접근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일은 모르는 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는 교육정보부라는 부서가 있다. 주로 컴퓨터 관련 업무를 다룬다. 컴퓨터 분야는 상당수의 관리자들에게는 생소한 분야다. 그래서인지 교육정보부의 업무 중에는 교사가 해서는 안될 일, 교사가 다루기에는 벅찬 일들이 많다.

정보화 바람이 일어날 때부터, 교육정보부라는 부서가 학교에 도입될 때부터 교육정보부 소속 교사들은 얼추 컴퓨터 수리공이나 다름없었다. 부르면 쫓아가서 고쳐주는 일 말이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고, 제 때에 고쳐주지 않으면 곱지 않은 시선과 상스럽지 못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자 소문을 들은 젊은 교사들은 아예 교육정보부 배치를 꺼린다고 한다. 고생만 하고 돌려받는 소리는 달갑지 않는 소리들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를 20여년 한 교사들이 꽤 많다. 그들은 이제 낭패감에 빠져있다. 젊은 교사는 없고, 업무는 과중해지고, 예나 지금이나 좋은 소리 못 듣는다. 그래도 
대신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