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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카메라 관련 개인사

by 리치샘 2023. 12. 11.

사진은 기록이다. 수사에 능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기록 방법이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것이 돈과 직결되는 일이라서 돈이 많거나 미치지 않고서는 사진을 취미로 삼을 수는 없었다. 큰 마음 먹고 가족 모두 집합시켜 사진관에 가서 가족 사진 남기는 일은 가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는 돈이 풍족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겁없이(이 말은 합리적인 소비 생활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는...) 사진을 취미로 삼았다. 그때가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로 인해 나는 아내에게서 엄청난 바가지 긁힘을 당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진의 묘미에 빠져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더 몰입해갔다.
장인 어른이 중동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 구입해왔던 캐논 거리계 연동식 필름 카메라를 아내로부터 입수, 웃돈을 얹어주고 아사히 펜탁스 반 전자식 카메라를 구입했다. 사진 동호회에 들었고, 정기 출사를 거의 빼먹지 않았고, 전시회도 참여했다.
그 아사히 펜탁스는 지금은 고장이 난 채 기념품으로 보관 중이다. 젠자 브로니카 중형 카메라, 니콘 FM2 등도 한 때 보유했었다.

밀양으로 직장을 옮기고도 사진 동호회 활동을 계속, 미리벌포커스라는 모임을 조직하고 정말 열심히 활동했다. 전국 사진 공모전에도 꾸준히 출품해서 사진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점수에 1~2점 남겨두고, 소도시 특유의
편가름 문제에 휘돌려서 작가 반열은 자의반 타의반 포기했다.
때마침 나는 컴퓨터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사진도 필름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카메라와 캠코더로 옮겨가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컴퓨터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들 했다. 조작을 하면 사진이 아니라는 생각들이 견고했다. 나는 그런 관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디지털 사진의 장점을 설득하기에는 주변에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필름 카메라는 장롱 속에서 잠자기 시작했다.

밤 조명을 받아 화려한 색감을 뽐내고 있는 진해여고 정문 근처의 나무. 실제로는 나무의 중간으로 전선이 가로질러 가고 있어 화려함을 잘라버리고 있지만, 디지털은 불필요한 장애물을 이 사진에서처럼 제거할 수 있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곰팡내 나는 생각이지만, 어쨋든 그 때는 그랬다.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카메라보다는 캠코더에 더 관심이 많았다. 2001년 미국 연수 때 가져갔던 내돈내사 소니 캠코더 TRV-900은 캠코더 촬영과 편집, 그리고 그것을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일까지의 일련의 작업에 대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만들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가 일반화되면서 몇 대의 기기가 내 손을 거쳐갔는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사진은 뺄셈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주제를 명확하게 부각시키려면 부제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사실 사진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 더 크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분야가 있기 때문일거다. 골프가 좋고, 여행이 좋다. 사진은 필요할 때 그냥 기록으로 남기는 정도다. 

사진은 기다림이기도 하다. 그리고 똑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카메라는 육안이 챙기지 못하는 영역이나 감동도 흔히 담아준다. 진동 광암해수욕장의 해넘이

그런데 아내가 은퇴 후 한 2년을 쉬면서 몸을 보하더니 수채화를 배우러 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반 년을 수련하고 이번에는 대학 평생교육원에 등록을 했다. 수채화 일 주일에 1시간, 사진 1시간 수강 신청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를 시작하더니 강사님이 감각이 있고 열심히 한다는 칭찬에 용기를 얻어 기초반을 졸업하고 심화반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심화반은 스마트폰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아내가 사진에 흥미를 갖고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것은 공동 관심사가 생긴 셈이므로 나에게도 퍽 즐거운 일이다.

오래되어 해상도가 낮아 쓸모가 없어진, 거기다가 고장까지 나버린 카메라로는 심화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에서 큰맘먹고 최신의 미러리스 기종을 선물,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해주었다.
그저께 새 카메라(캐논 EOS R7 + RF 18~150mm)를 인수, 어제 나와 첫 출사, 그리고 오늘은 부산으로 심화반 출사를 다녀왔다.
아내는 수채화보다는 늦게 시작한 사진에 더 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   

광암해수욕장에서 주도까지의 바다 위 산책길
대학의 평생교육원 사진반에 입문, 반 년 동안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전시회. 축하해요.

스마트폰 외 별도의 쓸 만한 카메라가 없는 나는 뒷전으로 팽개쳐 두었던 드론을 들고 동행했다. 드론 띄우고 촬영하고, 360도 파노라마 찍고... 한 3년 손놓고 있었더니 제법 능숙하게 했던 그 일들이 매끄럽지 못했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스마트폰(아이폰 14프로)과 드론(DJI 매빅 프로)으로 촬영한 것들이다.

드론으로 찍은 360도 파노라마 사진, 그런데 이 사진은 평면이 되어버렸다.

드론 동영상 : https://youtu.be/0rurhAyOcYs?si=XiZrnyRUUK0KIWKt
드론 360 파노라마 : https://www.skypixel.com/photo360s/2b39e7f3-1768-4430-a4bb-8ba270080030?utm_source=copied&utm_medium=PCWeb&utm_campaign=share&s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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