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끊임없이 벌어져 왔던 미얀마 국경지역의 정부군(군부)와 반군(소수민족+민주화세력=형제동맹이라 자칭함)과의 무력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특히 샨주와 카인주 북부의 중국과의 국경 지역과 까야주 태국 국경지역이 그러한 것 같은데요.
중국과의 국경지역인 샨주 북부의 무세에서는 화물차 120대가 포탄에 의한 화재로 소실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으며, 형제동맹군들이 이 지역의 군부 기지를 300여 곳 접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뉴스 보기] https://youtu.be/LuEqOVpffKU?si=r7vJ4L-J2x7Jgj-Y
얼마전 중국은 보이스피싱 일당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이 지역의 형제 동맹군과 합동 작전을 벌여 보이스피싱단에 의해 잡혀 있던 무려 31,000명의 인질을 구출하여 중국으로 이송하고 피싱단을 일망타진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태국, 미얀마, 라오스 3국의 국경이 접한 지역)의 미얀마 도시인 타칠레익에서 보이스피싱단에 잡혀 있던 한국인 19명이 풀려난 바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미얀마 경찰이 해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견 이 사건은 현재의 미얀마 사태와는 별개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보이스피싱범들이 중국인일 가능성이 거의 100%인만큼 이 건도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지는 않습니다.
새로 업데이트된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정보에도 이 지역이 철수권고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정보 - 샨주와 까야주 전체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그외 미얀마 전역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3단계 출국권고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음.
이러한 일련의 사태의 심각성은 그동안 암암리에 미얀마 군부를 지원해왔던 중국이 반군(형제동맹) 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보이스피싱 일당을 타진해달라고 미얀마 군부에 요구해왔는데, 군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지역은 반군들의 세력권이었거든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아예 반군과 손잡고 보이스피싱 일당을 잡아들인 것이죠.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중국에 협조한 반군의 무리는 중국계이거나 중국과 우호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왜냐하면 샨주라고 해서 샨족만 사는 게 아니고 여러 소수민족이 섞여있고, 거기에 상당한 비율을 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이거든요. 제2의 도시 만달레이만 해도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한자로 된 상점 간판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요.
이 상황에서 중국의 힘을 업은 형제동맹은 미얀마 군부의 기지를 공격, 많은 군부 군인들을 사살하고 생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반군은 무세-라시오-핀우린-만달레이로 이어지는 미얀마 북부의 간선도로를 따라 남하해서 수도인 네피도로 진격할 태세라고 합니다. 미얀마 사관학교가 있는 만달레이 동북쪽 60km 지점의 휴양도시 핀우린에도 군부의 군대가 방어를 위해 집결하고 있다는 현지인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관련 소식]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8089100076
한편 여기서 다음 글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리적인 힘의 양상을 보았을 때, NUG가 만든 시민방위군(PDF)과 과거 소수민족무장단체(EAOs), 카친독립군(KIA), 카렌족자유군(KNLA), 친족군(CNA, Chin National Army), 카렌니진보당(KNPP) 등 4개 단체가 PDF와 군사적 연대를 맺게 되었다. 하지만 샨주회복평의회(RCSS), 파오민족해방기구(PNLO, Pa-Oh National Liberation Organization), 카렌민족연합(KNU)과 EAOs 내의 아라칸군(AA),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 Myanmar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Army), 뻘라웅족해방국(TNLA, Ta′ang National Liberation Army), 통합와주군(UWSA, United Wa State Army) 등은 아직 독자적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출처 : https://diverseasia.snu.ac.kr/?p=6100
이 글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 샨주 북부 중국 국경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아웅산 수찌의 NLD당(군부에 의해 해체됨) 후신인 NUG가 만든 시민방위군(PDF)과는 동맹 관계나 협력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어쨋거나 현재의 형제동맹은 군부 타도를 목표로 남하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변수들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은 남하할수록 다수인 버마족들을 어떻게 설득하여 흡수할 것인지와 길목에 버티고 있는 또다른 소수민족군들을 어떻게 원만하게 합세시킬 것인지, 정치적으로 군부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긴 NUG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 등이 가장 큰 문제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일단 군부 군대와의 전투에서 이겨야 할 것이고요. 반군에게는 없는 장갑차와 전투기를 갖고 있는 군부의 군대를 이기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해요. 군부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 집단 투항을 하면 모를 일이지만요.
미얀마의 중부 평야지대인 만달레이구, 양곤구, 마궤구, 바고구, 에와야디구, 따닌띠리구 등 '구'로 분류되는 지역은 미얀마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 종족인 버마족의 땅이고 또한 군부의 세력권이거든요. 이 지역에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반군 세력들이 있긴 합니다만 짧은 시일 내에 이들 지역이 반군에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군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반군이 미얀마를 접수하고 통치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 NUG의 경우 중국의 지원보다는 서방의 지원을 받아왔던 터라 중국이 정권 회복을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턱이 없죠.
천사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미얀마 땅에 정쟁이 내전으로 비화해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현재 사태의 시발점은 2021년 2월의 군부 쿠데타로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그 전에도 끊임없이 소수민족들의 독립투쟁이 있어왔고, 그들의 독립 혹은 자치 요구를 군부는 1962년 네윈 집권 때부터 철저하게 무시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미얀마라는 국가 전체로 보면 민주냐 군부독재냐의 문제보다는 소수민족과 다수민족(버마족) 사이의 분쟁이 해결해야 할 더 오래된 숙제입니다.
앞서도 게시물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러한 다툼의 이면에는 양 진영 모두가 표면에 내세우지 않는 이권이라는 더 큰 요인이 도사리고 있고요.
미얀마가 당분간은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미얀마 사태 뉴스 모음(한국경제신문)
https://www.wowtv.co.kr/TotalSearch/Mariner/Index?searchTerm=%EB%AF%B8%EC%96%80%EB%A7%88%20%EC%A0%80%ED%95%AD%EC%84%B8%EB%A0%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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