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말, 나는 교육부에서 전국 시도별로 1~3명씩 선발하여 실시한 전공과목 국외연수에 뽑혀서 미국 LA 인근의 칼폴리 포모나 대학교에서 4주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벌써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구글 어스를 켜놓고 마우스질을 하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그곳으로 날아가 봤다. 4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조감, 스트리트 뷰, 3D 그래픽 등 구글 어스가 제공해주는 기능을 이것저것 실행해보니 마치 기록 영화를 보는 듯 머릿속에서 그곳에서의 생활이 재조립된다.
인천에서 12시간 여의 비행 끝에 LA에 도착,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달려 대학교에 도착했다. 당시로서는 인터넷 콘텐츠가 다양하지 못해서 온라인 지도 같은 것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당연이 없었던 시절이고. 그래서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가늠하지 못하고 막연한 방향 감각만으로 이동한 길을 정리했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신나게 달린 기억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서 아마도 아래 경로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다. 구글 어스에서 길찾기를 해보니 최적경로 43.5마일(약 70km), 소요시간 50분이다.
저녁 무렵 어둑어둑해질 때 대학 기숙사에 도착했고 곧바로 방 배정을 받고 첫날을 보냈다.
구글 어스로 본 칼폴리 포모나 대학교 캠퍼스 모습이다. 칼폴리는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스의 준말이고, 포모나는 캠퍼스가 있는 도시 이름이다. 포모나 시에 있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 실무적인 교육과정을 가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인데, 학비가 싸고 취업이 잘 되는 인기 있는 대학이라고 한다.(참고 자료)
[참고] 칼폴리 포모나 대학교 홈페이지
옥수수 시리얼로 유명한 켈로그라는 사람이 이곳에 말농장을 만들고 사료로 쓰기 위해 옥수수를 키우고 한 흔적들이 대학 캠퍼스 안에 남아 있다. 그 켈로그씨가 1947년 학교 부지를 제공해서 이곳에 캠퍼스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참고 자료)
아래 그림은 켈로그 말 농장 건물이다. 이곳에서 4주 교육후 수료식이 있었다.
켈로그 말 농장 앞에 있는 가장 큰 주차장 쪽으로 진입하는 도로.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L.A.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는데 1주일이 걸렸다.
LA나들이는 방과후 5~6명이 함께 나섰다. 저기를 버스에 타기 전에 미리 차비를 걷어서 총무 노릇을 하는 동료에게 모아주고 올라탔는데 차비를 받는 운전기사가 도로 내려 한 사람씩 타라고 하는 바람에 한동안 어리둥절했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차비 계산을 암산으로 할 줄 모르는 기사 탓이었다.
칼폴리의 시그니처 빌딩(상징 건물)이랄 수 있는 입학처가 있는 중앙 건물.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고 하는데 나는 '임포스터(2001)'라는 영화를 보다가 저 건물이 그래픽 처리된 장면을 봤다. //(참고) http://leechee.tistory.com/201
* 영화 임포스터 관련 정보 : http://mirong.tistory.com/48
차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곳이 미국이라지만 특히 이곳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정말로 차가 곧 발이다. 가까운 호프집을 가는데도 20-30분씩 차를 타고 가야 하는 형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주차장이 이렇게 넓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화살표 표시한 건물은 연수 기간 당시 건물을 짓기 위한 터 고르기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옥상에 주차장 시설을 해놓았음을 지도를 통해 발견한다.
기숙사 입구. 아침에 이 길을 걸어서 앞의 건물 뒤에 있는 기숙사에서 나와 강의실로 갔다. 강의를 마치면 이 길로 다시 기숙사로 들어갔었다. (스트리트 뷰)
하루에 세 번 걸었던 길 식당으로 가는 길이다. 식당은 가운데 가로등 쪽으로 나무에 가려 살짝 보이는 흰 벽의 건물이다.
이 식당의 이름은 로스 올리보스, 주로 학생들이 이용하는 뷔페 식당이다. 아침은 빵, 계란 후라이, 우유, 요쿠르트 정도이고 점심과 저녁은 그런대로 메뉴가 다양했다. 동양계 학생들이 많고, 한국 유학생도 제법 있어 한국인 아줌마가 김치를 담아주기도 했다.
기숙사에서 나와서 학생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장미정원을 지나 강의실로 가서 공부하고, 다시 장미정원을 지나 학생식당으로 가서 점심 먹고 강의실, 강의 마치면 기숙사로.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생활을 했었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본 모습.
동쪽 편에서 본 모습
장미정원(Rose Garden).
캠퍼스 한 가운데 있다. 원형으로 영역을 나누어 장미를 심어놓았는데 기대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식당 앞 차도 변에는 조그만 연못이 나온다. 이 연못에 거위들이 살고 있었는데,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이 놈들이 물에서 나와 길을 건너 맞은편 장미정원 쪽 잔디밭으로 산보를 하곤 했다. 건널목 표지판 있는 횡단보도는 사람 뿐만 아니라 거위도 다니는 길인 셈이다.
신호등이 없는 이 횡단보도는 차도가 아니라 사람의 길이란다. 그래서 차들은 사람만 얼쩡거리면 속된 말로 차가 벌벌 긴다. 횡단보도 시작 부분에서 횡단보도 쪽으로 발을 내딛는 시늉이라도 하면 차들은 4~50미터 전방에서 거의 멈추다시피 한다.
국제센터 건물. 이 건물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후 앞 쪽에 보이는 건물부터 시작해서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캠퍼스 투어를 했다.
기숙사 입구에 작은 야외 수영장이 있다. 저곳에서 젊은 애들이 시비가 붙었는데 교내 경찰이 출동해서 무려 4~5시간에 걸쳐 경위 파악을 하는 모습을 봤다.
내 방은 현관 왼쪽 2층 첫 번째 방이었다. 전남에서 온 마 선생님과 함께 묵었다.
아침이면 차 달리는 소리와 스프링클러 소리에 잠을 깨곤 했는데, 차 달리는 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웠던 이유를 이제사 알겠다.
지붕에는 태양전지판이 있었는데, 전기가 자주 끊기기도 했다.
교실에서는 이 방향이 칠판이 있는 벽이어서 내다볼 수는 없었다. 복도 쪽에서 보면 저 야산 위에 오프로드 차량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오르내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발발이 선생 몇몇이 테니스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테니스를 쳐볼 요량으로 신발을 사러 갔었는데 신발 가게가 웬만한 대형할인매장 만큼 넓어 놀랬었다. 그 가게에서 중국산 운동화를 산 기억이 난다. 테니스장만 한 번 밟아봤을 뿐 광활한 잔디 운동장은 먼 발치에서 보고 굉장히 크다 했는데 이렇게 내려다보니 축구장이 무려 7면이나 되는구나. 야구장도 있고.
귀국하고 난 뒤 몇 년 후 저 축구장에서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이 훈련하고 평가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도서관을 주변으로 해서 각종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다. 우체국이 있는 건물 뒤쪽에는 카페가 있고, 매점 안에는 기념품, 서적, 학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구글 어스가 15년된 기억을 되살려준다. 내부로 들어가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외관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반갑고 즐거운 경험이다.
(참고)
<구글 파노라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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