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치망마이 여행 중 보름 정도를 매일 운전을 했다. 숙소인 바라다 플레이스(Varada Place)에서 짧게는 시내 주행, 길게는 산깜팽, 몬잼, 가산 마리나, 항동까지 차를 몰았다.
숙소에서 산깜팽 온천이나 가산 마리나CC까지는 40km, 교통사정을 감안해 승용차로 약 1시간 소요된다. 몬잼은 산악도로라 거리는 40km 정도지만 소요시간은 훨씬 더 걸린다.
항동 골프장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늘어난 교통량
치앙마이의 교통량은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매연도 심해져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다니기가 거북할 정도다.
자전거,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인 툭툭이, 단거리 미니 버스에 해당되는 썽태우, 버스, 간간이 보이는 미터기 택시와 부쩍 많아진 자가용 그리고 보행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치앙마이의 길거리는 꽤나 복잡하다. 구시가지와 해자 바깥 쪽은 인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복잡함을 더한다.
툭툭이 - 소리를 흉내내어 붙인 이름인 듯.
대중 교통
치앙마이 시내의 대중교통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툭툭(위 사진 참조)이고 또 하나는 썽 태우(아래 사진)이다.
툭툭이는 일종의 개인택시로 운전석은 오토바이처럼 운전자 1명이, 그 뒤에 승객 3명이 탈 수 있도록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이다. 승차감은 오토바이나 다름없고 소리와 매연에 무방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더구나 운전사 마음대로 요금을 부르기 때문에 반드시 흥정을 해야 하고 많이 깎을 필요가 있다.
썽 태우는 썽=2, 태우=의자라는 의미로 픽업 트럭의 짐칸에 두 개의 의자를 마주보게 배치한 차이다.
치앙마이를 기준으로 썽태우를 색깔 별로 잘 정래해놓은 그림이 있어 빌려왔다.(썽태우 색상과 용도는 도시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01089237950/495
시내는 주로 빨간 색의 썽태우를 이용하는데 일정한 노선을 도는 것과 일종의 대절 방식의 썽태우가 있다. 당연히 대절 썽태우가 비싸다. 지나가는 썽태우를 손을 들어 세우고 행선지를 이야기하면 간다 안간다를 알려준다. 간다면 흥정이 필요하다. 달라는 금액에서 인원에 따라 다른긴 하지만 30바트를 부르면 25~20바트 선에서 조절하면 된다.
좌측 통행에 익숙해지기까지
태국의 도로는 좌측통행이다. 그래서 아래 그림처럼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어 있고, 기어는 왼손으로 조작해야 한다. 이것이 처음에는 익숙치 않다. 하지만 기어 조작이나 주차 브레이크는 자동기어라면 자주 사용하지 않으므로 큰 불편이나 혼돈은 없다. 가장 혼돈스런 조작은 방향 지시등과 윈도 브러시. 핸들의 양 옆으로 나와 있는 이 조절 레버는 우리 네 차와는 반대로 달려있다. 즉 방향지시등 레버는 오른쪽에 윈도 브러시는 왼쪽에 붙어 있어 방향 지시등 대신 브러시를 조작하는 실수는 운전하는 보름 동안 매일 반복했다.(귀국해서 내 차를 몰면서도 실수를 했다. ㅎㅎㅎ)
중앙선 표시가 없는 길에서는 무심결에 오른쪽으로 차를 몰고 가다 마주오는 차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기어박스 위에 있는 에어컨과 바람세기 조절기도 왼손으로 조작하는 탓에 헷갈리긴 마찬가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가 우리 네 차와 같은 점은 천만다행이랄까?
습관이 무서운 줄을 새삼 실감했다.
토요타 비오스
이번에 렌트한 차는 토요타 비오스로 우리 나라의 아반떼 정도의 차이다. 1500cc이고 동남아 특히 태국의 국민차로 일컬어지고 있단다. 랜트비는 1달 기준으로 17,000~18,000바트 정도. 15일을 넘으면 1달 요금으로 계산한다.
태국은 알려진대로 거의 일본의 경제 식민지와 다름없다.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태국과 일본 사이에 협약을 맺기를 도로는 일본이 만들고 그 위를 달리는 차는 일본산을 타도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길거리 승용차의 95% 이상이 토요타, 혼다, 마쯔다, 미쓰비시 등 일본 메이커 제품들이다.
비오스는 차체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고, 특히 트렁크가 넓어서 골프채 4개를 충분히 실을 수 있을 정도다.
긴 신호대기 시간과 차량 정체
국민성을 반영한 듯한 신호등의 대기 시간은 우리에 비해 꽤나 길어서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답답할 정도이다. 특히나 1월 중순께는 치앙마이대학교의 졸업 시즌이어서 각 지방에서 대가족 단위로 올라온 사람들이 북적대는 치앙마이 대학교 근처 즉 도이수텝 진입로 부근은 상습 정체 구간이 된다.
참고로 치앙마이대학교는 태국의 명문대학교 중의 하나로 학위 수여식은 공주가 직접 한 사람 한 사람의 졸업생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거의 보름이나 걸린다고 한다.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관습 탓인지 식사 시간대에는 유난히 차와 오토바이가 많다. 치앙마이 구시가지 쪽으로는 어느 때이든 가능하면 차를 몰고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의 도로망에서 언급하겠다.
고리(링)형 도로망
치앙마이의 도로망은 아래 그림과 같이 옛 성이 있었던 구시가지를 거의 정4각형의 해자가 둘러싸고 있고, 그 바깥으로 겹겹이 둘러 싸는 형태로로 되어 있다.
구시가지는 물길을 중심으로 안쪽과 바깥쪽으로 도로가 나 있는데 안쪽은 시계 반대 방향, 바깥 쪽은 시계 방향의 일방통행 시스템이다.
이런 점이 막상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서면 운전자를 매우 헷갈리게 한다.
링로드 #1과 링로드 #2는 반원 형태로 되어 있는 편도 2차 혹은 4차선의 넓은 도로로 앞만 보고 주행하다 보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잊기 싶상이다.
더군다니 일방통행로인 해자 길과 구시가지 안쪽 길은 방향 감각이 띄어난 사람도 장담하지 못할 정도다.
예를 들면 이렇다.
A지점에서 출발하여 B지점으로 가려면 파란 선으로 표시된 길을 따라가야 하며,
C지점에서 출발하여 A지점으로 가려면 빤간 선으로 표시된 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 경우 A-B 경로는 달리 대안이 없지만, C-A 경로는 차라리 외곽지대로 나있는 수퍼하이웨이나 링로드를 따라 돌아가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해자를 따라 나있는 길은 언제나 붐비기 때문이다.
이 도로 시스템의 좋은 점도 있다. 해자 안쪽의 구시가지를 외곽에서 접근하고자 한다면 도로 표지판의 'Chiang Mai'만 찾아가면 된다는 점과 외곽 순환도로(링로드)의 기착점은 도이수텝 입구라는 점이다.
안내판의 치앙마이는 해자 안쪽의 구시가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길은 치앙마이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그리고 위의 그림에서 도로망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이 수텝(수텝 산)은 치앙마이 구시가지 서쪽에 인접해 있고 산자락의 남북으로 도로가 나있으며, 이 도로를 기점으로 고리형의 도로가 겹겹으로 둘러쳐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을 잃고 크게 헤매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네비이게션 이용하기
전문 렌트카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네비게이션이 달린 경우 비용이 더 추가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네비게이션이 태국말로 안내되는지 영어로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인데다가, 태국어로 표시되고 안내된다면 태국어와 글자에 까막눈인 내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그 부분은 일단 포기했다(아마도 영어로는 안내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해서 출국할 때 지인으로부터 쓰지 않는 스마트폰(갤럭시 S2)를 빌려갔다. 치앙마이에 도착하자 이튿날 아침에 가까운 센탄 프라자의 휴대폰 가게에 가서 유심(USIM) 칩을 200바트에 사넣었다. 그런데 이것은 오로지 음성통화만 가능할 뿐 3G망을 이용한 인터넷은 접속이 안됨을 확인한 후 다시 250바트를 더 보태어 인터넷을 가능하게 수정했다. 음성통화는 다른 숙소에 머물고 있는 지인들과의 통신에 필요했고(지인들도 음성통화만 가능한 폰을 따로 구입해있는 상태) 인터넷은 네비게이션를 위한 것이었다.
앱은 두 가지를 미리 준비했는데 하나는 SNS 기반의 무료 앱인 WAZE이고 다른 하나는 구글 지도. 웨이즈는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느닷없이 등록을 하라는 화면이 떠서 이후 구글 지도를 주로 이용했다. 웨이즈는 음성 안내까지 해주는데 신기하게도 태국어 음성이 흘러나왔다.
구글 지도는 평소에 본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내 컨텐츠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태국의 경우는 상당한 컨텐츠를 내포하고 있었다. 음성 안내 대신에 중요 지점에서 비프음이 나는 걸 제외하고는 전문 네비게이션 앱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가끔 길 검색이 부정확해서 빙빙 돌아가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어쨋든 목적지까지 안내해준다는 점이 착하게 여겨졌다. 검색을 하는데 정확한 영문 지명이나 건물명을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조건이다.
양보와 순리의 질서 의식
운전하는 보름 동안 교통사고는 2건을 목격했다. 한 건은 오토바이와 승용차와의 심각하지 않은 충돌 사고였고, 다른 한 건은 버스의 고장으로 인한 사고였다. 우리 나라에서 목격하는 빈도에 비하면 훨씬 적었다.
그 이유는 운전을 하는 동안 내내 느낄 수 있었던 순리적이고 상식적인 질서 의식에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이곳의 운전자들은 차로 경쟁하지 않는다. 추월하거나 끼어들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기다려주고 양보하고 배려해준다. 우회전(우리의 좌회전에 해당) 신호등 대신에 무신호의 유턴 구간이 많은 것도 이러한 운전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 보인다. 앞서 말한 신호 대기 시간이 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바쁜 표시를 하지 않는다. 운전대만 잡으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돌변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그 많은 보행자와 자전거, 오토바이, 툭툭, 썽태우, 승용차 들이 뒤엉켜 흐르는 도로에서 엉키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통되는 것은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양보심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주행법 때문이라고 보인다.
추월선이 주행선이 되고 주행선이 추월선이 되어버린, 다른 차들은 나에게 흉기로 돌변하는, 운전대를 잡으면 긴장부터 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실태를 귀국하자 말자 접한다.
보름 동안 운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하루 그것도 불과 몇 십 분만에 받으면서 이 땅에 사는 씁쓰레한 맛을 감출 수가 없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이 있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서 삶이 즐거워지지는 않는다. 일행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치앙마이 사람들이 한국인보다는 행복하게 사는 게 확실하다.
아침 해자길을 따라 가고 있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면서 추월을 해서는 잽싸게 내 차 앞을 잠시 가로막고 달아난다. 그 오토바이 운전자의 윗옷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등에는 한글로 'XX택배'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배우지 말아야할 것을 배워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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