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소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 젓가락질이 서툴러 보이는 아이들이 꽤많다. 우리의 식생활도 포크로 대변되는 서양문화에 동화되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할 때가 있다.
젓가락질은 장장근(長掌筋)이라는 손바락과 손가락을 관장하는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서양인의 경우 2명 중 1명은 이 근육이 퇴화되어 있어 젓가락질 배우기조차도 힘들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 100명당 3명 정도가 퇴화된 것이 비하여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젓가락을 일상 식생활에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이다. 전체 젓가락 인구는 14억 정도. 포크문화권과 인구수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전세계 인구의 44% 즉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젓가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보다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일본,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내가 가본 나라에는 뛰어난 수공예품들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남아의 경우 전통춤을 보면 유난히 손동작이 강조된다는 점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 아닌가 한다.
사진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2715700
음식 또한 모양새가 다르다. 젓가락 문화권의 음식은 나물류가 많아서 젓가락으로 집거나 모아 먹지만 포크 문화권은 빵을 비롯한 뭉쳐진 음식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주로 갈라서 찍어 먹는다. 뭉치는 문화와 갈라놓은 문화의 차이라고나 할까.
같은 젓가락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중국의 젓가락은 굵고 길다. 일본의 젓가락은 몸통과 끝이 거의 같은 굵기인데 끝만 뾰족하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젓가락은 3개국 중 가장 짧고 평균적으로 가늘다.
위로부터 일본, 한국, 중국의 젓가락(사진 출처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tkjohn&folder=4&list_id=12807374)
같은 젓가락이라고 해도 실제로 사용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직접 중국이나 일본 젓가락으로 젓가락질을 해보면 큰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한 예로 일본 젖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보라. 둥근 콩이 뾰족한 일본 젓가락의 양끝으로 잘 잡히지 않아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중국 젓가락으로 파래무침을 갈기갈기 갈라서 먹을라치면 이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가늚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젓가락질은 그런 면에서 매우 섬세하다. 이와 연관된 문화는 젓가락질이라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마음의 틀을 잡은 예절교육으로 활용되어 왔다.
젓가락과 관련된 규범들 혹은 경고문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젓가락으로 그릇을 치면 목이 달아난다.
젓가락질을 X자로 하면 집안 망한다.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지 않으면 바람난다.
찬을 집을 때 젓가락질을 두 번 세 번 하거나 집고서 털거나 하면 재물이 안붙는다.
젓가락을 들어 뭣인가를 가리키면 살이 낀다.
젓가락을 입에 넣고 빨면 평생 굶는다.
겸상에서 어른 먼저 찬에 젓가락을 대면 집안에 우환이 든다.
밥그릇이나 국그릇 위에 젓가락을 결쳐 놓으면 저승사자가 부른다.
- 출처 : 이규태 코너 372쪽, 조선일보사 1998년
이들 중 몇 가지는 미신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질하는 마음을 바르게 가지게 하기 위한 경고라는 점을 읽어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포크보다는 젓가락에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는 교육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가르치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네] 가정,기술과 학습 자료 (0) | 2014.05.20 |
---|---|
공무원이 버려야할 열 가지 말 (0) | 2014.04.09 |
디지털 세대의 이단아 (0) | 2014.02.28 |
다시 특성화고로 가기까지 (0) | 2014.02.06 |
에티켓 업데이트 - 차량 탑승 순서, 좌석 배치 (0) | 2014.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