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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힘든 원고

by 리치샘 2012. 7. 24.

이름에서부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잡지사로부터 원고를 청탁받고 거의 한 달을 씨름하다가 오늘 결국 마무리를 지었다.

그간의 상황으로 봐서는  마무리라고 선언한 건 나의 단독 선언일 수도 있다.

학생들을 독자로 한다면서 학원가에 6만부인가 7만부를 배포한다하는 제목이 좀 난해한 잡지다. 물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잡지다.

비상이란 출판사와 관련되어 있고 아이비츠라는 회사에서 발행하는 퓨쳐스(Futures)라는 타블로이판 잡지다.


스마트폰의 활용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스마트폰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어달라는 줄 알았다. A4 2장 분량이라고 한계지어서 그렇게 개념 잡을 수밖에 없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책 한권 분량인데 달랑 A4 2장이라면 각론은 소화해낼 수 없고, 총론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갈수록 편집자의 이야기가 달라진다. 편집자가 스마트폰 분야에 지극히 일반적인 사용 지식과 일반 폰 이상의 활용을 하지 못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아주 지능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기기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서두에 현황을 쓰면서 다소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경계한 것을 두고 그건 처음부터 부탁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뒤집어 씌우더니 학생들에게 유용한 측면을 각론으로 써달라고 한다. 그래서 서두를 다 잘라버렸다. 몇 가지 분야로 나누어 대략적인 것을 훑어 내려가는 식으로 고쳐 써줬더니 이번에는 콕콕 찍어서 장단점을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에 어떤 어플이 있고 대표적인 어플의 장점을 지적해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말이 쉽지 영어 공부 분야가 오죽이나 다양한가? 단어, 숙어, 문법, 회화, 독해.... 거기다가 텝스, 토플, 토익까지. 내신 공부까지 이야기를 할 때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부터 서서히 지쳐가는 느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원고를 한두 번 써본 것도 아니고 기고를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제대로 사전 지식이 부족한 편집자가 이리 해달라 저리 해달라 주문하면서 심적 부담을 준 것 경험은 없었다. 사진도 얼마나 크게 낼 일인지는 모르겠으되 세 번이나 다시 보내는... 무슨 패션잡지 모델이 된 느낌이다. 

오늘은 급기야 맘대로 고쳐서 싣든지 아니면 없었던 일로 하자고 강변했다. 그렇게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는데 저쪽에서 한 풀 숙이고 나온다. 전화 상으로 대략 서둘러 마무리 지어 버렸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겠냐마는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어렵게 처리하는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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