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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스테플러 제대로 만들어주!

by 리치샘 2012. 9. 11.

예전 언젠가 국산 손톱깍이의 품질을 두고 대통령이 한 마디 한 것이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손톱깍이 하나 제대로 못만드는 주제에 무슨 공업입국이니 수출입국이니를 논할 것이냐는 언조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지고하신 분의 발언 덕분에 그 후 우리 국산 손톱깍이는 세계 제일의 품질로 인정받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천덕꾸러기 예전 손톱깍이 못지 않은 제품이 아직 있다는 사실!
그건 바로 스테플러(정확한 발음은 스테이플러)다. 문서 철하는 기기 말이다.
호치키스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이 기기를 고안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한다.

문방구에는 수많은 종류의 스테플러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20-30장 정도의 철을 제대로 속 시원하게 묶어주는 스테플러를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침이 이겨져서 두어장 종이 위에 겨우 걸리는 건 예사고, 어떤 방향에서 얼마만큼의 힘을 주어야 제대로 묶이는 지를 아는 이는 이 분야의 나름 장인 대접을 받아 깔끔하게 철해야 하는 중요 문서의 경우 그 장인을 찾아 서류 뭉치를 들고 가야 하는 수고로움도 한두 번이 아니었던 터!

그래서 격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굵고 억센 알을 사용하는 강력한 스테플러를 사용하기도 했던 것인데, 그걸로 찍은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모양새 좋지않은 흔적을 남겨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느껴야했다.

이제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던 차에 제대로 된 스테플러를 우연히 만났다.
한 손에 잡고 작업해도 되는 소형인데 이건 정말 명쾌하고 확실하다. 힘들이지 않고 눌러도 침이 감당할 수 있는 두께는 확실하게 묶어준다. 에러가 거의 없다.

이 제품은 MAX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밑바닥에 표시된 생산회사를 보니 일본의 맥스라는 회사이고, 제조는 말레이시아에서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이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다름아닌 국내 스테플러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업체다.
이 무슨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기술력이 못따라 간다는 말인가? 못따라간다면 따라가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능력이 안되니 아예 항복하고 수업업체로 업종을 변경했더란 말인가? 

어느 분야할 것 없이 대등한 수준까지 기술을 확보해가고 있는 마당에 고작 이 간단한 스테플러 하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애초부터 불량인 제품을 팔아서 수많은 사람들을 이토록 골탕 먹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수입은 왜 앞장서서 하고 있는 걸까?

손톱깍이와 같은 전례를 만들어내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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