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일요일 12월 8일에 산행을 나섰다. 어제 토요일은 초등 친구들과 망년회 한다고 함안군의 한 골짜기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도를 보고 산행길을 계획했다. 장유면 쪽으로 접근해서 거의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음을 확인하고 그 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그 도로가 비포장이었고, 내 차가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여 중간 쯤에서 주차를 했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등산로가 보이길래 그 길로 들어섰다. 낙엽이 많이 쌓인 것이 조금 신경을 쓰이게 했지만 길은 안온했다.
'불모산 한자 표기 알아요?' 아내가 느닷없이 묻는다. 속으로는 그거야 지금이라도 인터넷 검색해보면 되지 했다. 가쁜 숨 때문에 그냥 상상해보는 것이 어울리는 상황이라, 생각을 굴리는 동안 아내가 '털이 없다는 뜻인가?' 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에이, 그럴리가! 부처님하고 연관되지 않을까? 부처님을 사모한다는 그런 의미....' 그걸로 끝냈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경사는 조금씩 더 급해졌기 때문이다.
이글을 쓰면서 다시 검색해봤더니 불모산의 표기는 佛母. 부처님의 어머니? 그런 뜻은 아니고, 김해 쪽에서 보면 이 산이 김해 서쪽에 위치하는 산이란 의미의 '부을무'라는 구전 명칭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취무산, 불모산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http://changwon.grandculture.net/Contents/Index?contents_id=GC02200013
여기가 정상이다. 아니 정상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 보기에도 정상은 아니었다. 이보다 더 위에 송신탑들이 대나무숲처럼 솟아있는 진짜 정상이 있었다.
사진 찍히는 폼에서 고전적인 태가 자꾸 돋아난다. ㅎㅎㅎ
정상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에서 본 조망.
왼쪽이 진해, 오른쪽이 창원 성주사 부근이다. 가운데 산등성이가 어긋나는 부근이 안민고개이고 그 뒤로 솟아있는 두 번째 봉우리가 장복산이다.
KBS 송신소 앞 평지에는 비바람을 견딘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마치 전정을 해서 가꾸어 놓은 듯 깔끔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 가운데 젖꼭지처럼 생긴 봉우리가 지난 주에 다녀온 시루봉이다. 그 앞은 웅산이듯.
인근을 모두 내려다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이곳 800고지에는 보시다시피 각종 송신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다들 어떤 용도를 가지고 있겠지만 전파들이 갖는 역할이 상당해 보인다.
건너편 봉우리에 송신탑이 또 있고, 그곳까지는 거의 평원처럼 연결되어 있어 가보자고 나섰다가 중간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낙엽이 수북히 덮힌 골짜기를 겨우겨우 타고 내려와서 도로를 찾았다.
그림자가 많이 길어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