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도 거의 마바지에 이른 이맘 때면 도망가는 놈을 붙들기라도 할 요량으로 어둠으로 향해 가는 저 해를 카메라에 담아댄다. 11월과 12월의 해넘이가 다른 달에 비해 더 화려한 것은 헤어짐에 대한 미련을 남기려는 자연의 짓궂은 장난일 터.
12월 막바지 26일부터 29일까지 휴대폰 카메라로 담은 창원 구산면의 장구항, 우리 집 그리고 진해 행암에서의 해넘이 사진을 모아보았다.
해가 어둠의 장막 언저리에서 그 뒤로 숨기까지는 불과 10여 분, 그 사이 빛은 카멜레온처럼 변화를 거듭한다.
또 다른 빛이 장막 너머에서 박차고 오르고 있다. 음력 보름 전후가 확실하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다시 어둠에서 밝음으로. 세상은 이 둘의 밀당으로 세월을 쌓는다.
11월이 되면 해거름 무렵의 창밖 풍경이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앉아서 이런 황홀경을 즐길 수 있는 건 분명 호사 중의 호사이다.
행암은 아내가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곳. 진해항이 빤히 보이는 이곳은 낚싯배들의 집결지이다. 예전에는 인근에서 고기 잡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었는데, 항구도 세월따라 품고 있는 배들을 달리한다.
12월 29일 집에서 넘어가는 해를 보고 있다가 불현듯 뭔가에 끌리 듯 달려갔다.
하루 종일 운무인지 미세먼지인지 알 수 없는 뿌염이 시야를 혼탁하게 했는데, 홀연히 나타난 구름들이 조물주의 한껏 휘날린 붓질로 질서있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하늘 캔버스 위에 줄서기를 했다.
해넘이는 해가 넘어가고 난 뒤부터 제법 긴 여운을 남긴다.
빛의 조화가 천천히 그러나 눈치 채지 못하게 몇 번의 변신을 거듭한다.
화사한 불빛을 달고 바다로 나가는 낚싯배. 저기에 몸을 싣은 강태공들은 대박의 기대를 안고 어둠을 밝히는 눈빛을 하고 있겠지?
행암에서 부산 쪽으로 나아가면 거대한 크레인들을 만나게 된다. K조선이란 회사이다. 퇴근하는 버스들의 긴 행렬을 지나쳐 왔다. 하지만 공장은 어둠을 쫓는 불빛이 구석구석을 밝히고 있다.
일터는 쉬지 않고 움직여야 사람들의 삶이 풍족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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