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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동영상

동영상 제작, 그 미친 작업

by 리치샘 2021. 2. 12.

동영상 제작 작업은 절대 단순하지가 않다. 
이는 음식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레시피가 있어야 하고, 재료와 양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리하는 순서도 있다. 
동영상도 그 과정이 그러하다. 그래서 동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을 '프로젝트(Project)라고 하고, 파일로 저장하면 프로젝트 파일이라고 부른다. 워드나 스프레드시트 파일처럼 한 개의 파일 안에 온전한 내용이 담기는 것이 아니라, 자막, 그래픽, 음악,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 재료로 사용한 파일들의 위치(저장 매체에서의 위치 뿐만 아니라 편집 프로그램 상의 시간적 위치 및 레이어 위치까지)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옮겨다니면서 작업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다.
다 만든 육개장에서 고춧가루를 빼라 할 수 없듯이, 다 만든 영상 중에서 일부분이나 자막이나 음향 등의 요소를 빼거나 수정하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윗분들은 아주 쉽게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드니 빼라, 고쳐라 한다. 다시 만드는 게 쉽고, 빠를 수도 있는 실로 난감한 일인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건 분명 갑질이다.

나는 이런 음식 만드는 작업과 같은 원리의 동영상 제작 작업을 수없이 많이 했다. 주로 내가 근무한 학교와 관련된 일이었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 영상은 해마다 큰 숙제 중의 하나였고 엄청난 스트레스 거리였다.

2016년에 내가 근무했던 학교법인 밀성학원이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50주년 기념 영상도 내 손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거의 자동적, 당연지사로 60주년 기념 영상을 두 가지로 만들어야 했다. 하나는 기념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그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4개 학교 및 학교법인 소개 영상이었다. 
동영상들을 정리하다가 과거의 파일들이 보관되어 있는 폴더를 발견하고 그것을 재료로 과정을 정리해봤다. 벌써 5년이나 지나고 퇴임한 마당이지만, 이 영상이 그 때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도, 그 때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미는 감정을 삭여줄 수도 없다. 그냥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