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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남도 가족여행

by 리치샘 2017. 10. 8.

가족여행은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다. 하물며 장성한 아들 딸이 인연을 맺어 사돈지간이 되었을 때 두 가족이 합한 한 가족이 모두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 사돈지간이 아들/딸네와 함께 하는 여행을 했다. 자식 키워 느끼는 재미를 또 한 번 가진다. 순천 - 광주 - 담양 - 강진 - 장흥 - 보성을 잇는 남도여행이다.

사돈 내외와 사돈 따님은 광주에서 출발하고, 나와 아내, 아들 내외는 김해에서 출발해서 만난 곳은 순천, 바깥사돈이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계열회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골프장 내 레스토랑에서 조우 기념 한 컷!


골프 라운드는 바깥사돈과 형제분들이 함께 했다. 바깥사돈은 여동생없이 남동생만 넷이 있는데 목사이신 분만 공을 치지 않으신단다. 명절이면 이렇게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참 좋은 일이다.
남녀동수인 우리 형제는 매제들이 있어서 4명 성원이 되어 작년부터 1년에 한두 번씩 골프장에서 만난다. 이번 모임은 비로 인해 불발, 실내에서 대신하긴 했지만.


10월 6일 금요일 아침은 광주 비엔날레 단체 관람이다. 전시관이 사돈댁과 인접해 있는데 사돈도 바쁜 생활 때문에 그동안 관람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멀어서 엄두를 못내었고. 그리고 초창기는 전시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매체를 통해 봐도 좀 거리감이 있긴 했다. 올해는 '미래들'이란 테마로 역사, 현실, 미래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었다. 비가 와서 여유롭게 관람을 했다.


비엔날레 관람 후 강진 가우도로 향했다. 아내가 이번 여름에 인근에 있는 다산연수원에 다녀오면서 들렸던 곳으로 강추가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여유롭게 걷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 고장 출신의 순수시인 김영랑의 동상이 데크길에 있다. 그와 이렇게 시간을 초월해서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행운이냐.


바깥 사돈은 안사돈을 부를 때 종종 이름을 그대로 부른다. 진솔해보이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과거의 연애비화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결정적 사안을 두고는 서로가 주도적이지 않았다는 발뼘도 섞여 있었지만...


우리 내외는 동갑내기다. 바깥사돈과도 동갑이고. 연배가 비슷하다보니 공유되는 점이 많아 좋다.



다산초당이 있는 마을. 예스럽고 정겹운 우물이 살아있다. 


위대한 저술과 문학은 유배지에서 나오는 걸까? 다산 정약용이 이곳에서 위대한 저술을 했고, 고산 윤선도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해남 아래 완도군 보길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시조 작품을 남겼다.
이곳 남도는 지형이 안온하여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사색하기 좋은 기운을 주기 때문이 위대한 작품들 저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틀째 밤을 묵었던 곳.
주변 경관이 바라보기만 해도 평화로움이 절로 묻어나는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안단테 리조트에서 찍은 수문리 드론 영상


수문해수욕장 인근에 TV에 출연한 집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키조개탕을 곁들인 아침 식사는 보약이었다.


사돈댁과 아들네와 함께 한 2박3일 여행의 끝은 장흥 수문해수욕장 끝자락에 있는 찻집에서였다. 아쉬움도 컸지만 또다시 기회를 마련하자는 약속을 수없이 했다. 그리고 아들내외와 함께 사돈차를 타고 광주로 가고 우리 내외는 보성차밭을 향했다. 도중에 아들에게서 '초록이...'라는 상호의 찻집에 들러라는 연락이 왔다. 그곳에는 못내 헤어지기 아쉬웠을까 사돈 내외가 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녹차 사탕을 한 줌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쥐어주면서 비로소 헤어졌다.   



보성 근처에 비교적 자주 왔던 터인데 그 유명한 녹차밭은 못 봤다. 이번에 드디어 녹차밭을 본다. 녹차밭은 그 정제된 선이 아름다운 곳 아닌가?


그런데 1957년부터 그렇니까 내가 태어나기 1년 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이 차밭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유원지가 되어 있었다. 차밭공원이라고 해야할까보다. 차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차밭 고랑은 뺀질뺀질하고 거기다가 색소폰 소리가 차밭 꼭대기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업이라는 멋진 아이디어로 본업대신 부업으로 많은 수익을 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녹차를 생산하는 이 상스러운 차밭이 사람들로 우글거리고 이 소란스러움 속에서 자란 녹차를 다시 사람이 사먹는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다.


봇재에서 찍은 녹차밭 동영상


집으로 오는 길에 일부러 들린 하동의 재첩국집. 1인분에 1만2천원 짜리 식사가 이 모양이다. 남도에 비해 경상도는 확실히 음식 인심이 야박하다.


추석 전에 밤샘 라운딩으로 이미 체력이 바닥이 나 감기 몸살기가 있었는데, 여행의 마지막 날에 다시 누적된 독기가 온몸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집에 오기 전에 병원 응급실에 가서 엉덩이 주사를 맞고 영양제까지 맞았다. 


바깥 사돈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낱말인 '정진(精進)'을 해오신 분이다. 실업계고-전문대-대학-대학원-박사의 꿈을 성취하신 입지전적인 분으로 지금은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의 부사장이다. 남형제 넷을 달고 있는 바깥 사돈을 만나 성가를 한 후 3남매와 동시에 삼촌들까지 키우느라고 안사돈은 살림의 단수가 백 단은 족히 되어 보인다. 딸 둘 아들 하나를 어느 한 자식 빠짐없이 훌륭하게 키우셨다. 그 중 맞이가 우리 집 며느리가 되었다.

내 며느리도 허투가 없다. 너무 야무져서 탈이랄까.

나도 내 나름대로는 인생을 헛되어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사돈댁에 비하면 내게는 '정진'력이 모자란 부분이 많음을 느낀다.

이번 여행은 정말로 좋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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