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쪽으로는 골프 투어를 자주 다녔지만, 일본 골프 투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6년 1월 26일 부산에서 출발, 후코오카를 거쳐 벳부에서 머물면서 하루 18홀씩 나흘 라운드를 하고 1월 30일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이다. 지인이 예약한 4박 5일짜리 특별 팩키지 상품으로 나를 포함 8명이 투어에 나섰다.
최근 골프 투어의 주된 행선지가 동남아에서 일본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엔저에다가 일본 골프장의 그린피가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저렴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거기다가 대부분 잘 정비된 페어웨이와 그린이 있고, 노캐디 제도, 9홀 라운드 후 1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과 골프장에서 제공되는 점심 등도 여타의 나라에서 접할 수 없는 일본 골프만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벳부는 규슈 지방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오이타현에 속하는 데, 오이타시는 벳부와 인접해 있다. 일본 기상청 예보 상으로는 머무는 동안 최저 0도, 최고 10 정도여서 국내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고 갔지만 골프장의 날씨는 시내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고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국내 겨울 라운드보다도 훨씬 혹독했다.
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는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지 공항에서 벳부까지는 고속도로로 2시간 정도 걸려서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야 했다.
숙소는 벳부항에서 가깝고 다운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아키바 리조트. 한국인이 경영하고, 한국인 전용으로 보였다. 투숙객에게는 온천탕이 24시간 개방되어 있었지만 한번에 4명만 들어갈 수 있어 나흘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이용해보지 못했다.
방이며, 세면대, 욕실 등이 모두 조그만조그만했다. 공간 활용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방문은 재래식 열쇠 방식이었고, 와이파이 속도는 괜찮았지만 방음 처리가 미흡했다.
변기가 작아 배변이 쉽지 않았다.벳부의 아침서울의 오래된 동네나 소도시에서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어지러운 전선들이 여기에도
아침 식사는 이곳을 이용했다. 메뉴는 한식이고, 손님 역시 한국인 뿐이었다. 아침 식사만 가능했다.
오이소 식당 맞은 편에는 마르쇼크라는 중간급 규모의 슈퍼가 있어 간식과 주류 구입이 편리했다. 애음했던 사케는 물론 한국 소주도 있었다.
방문한 골프장은 두 곳으로 벳부GC와 오기야마GC, 벳부에서 3 라운드, 오기야마에서 1 라운드를 했다. 벳부CC은 해발고도 약 700미터의 산 등성이에 있는 36홀짜리, 오기야마GC는 벳부 온천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18홀 짜리.
벳부GC는 광활한 면적에 남성스럽게 설계된 코스였지만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어 산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체감 상으로는 영하 10도 이상이었다. 특히 세번 째 날에는 바람에 진눈깨비까지 뿌려대 지옥훈련 느낌이었다.
벳부CC 클럽 하우스
첫날과 이튿날은 츠루미 코스로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에 진입할 수 있었고 세째 날은 유후 코스로 카트 진입이 되지 않았고 전자동으로 움직이는(리모트 콘트롤 가능) 카트를 이용해야 했다. 카트는 전기가 아닌 엔진으로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생경스러웠다.
진눈깨비에 거센 바람까지. 혹독한 벳부GC의 겨울
YOU ME. 유메라고 읽어야 할 지 유미라고 읽어야 할 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던 대형 쇼핑몰, 유메가 맞다. 푸드코트가 있어 저녁은 주로 여기서 해결했다. 샤브샤브를 이틀 저녁 연속으로 먹었는데 야채 리필이 되고 가격은 국내 대비 많이 비싸지는 않았지만 60분 제한 시간이 신경이 쓰였다.
벳부 주변은 화산 지형이 역력히 드러나는 한마디로 험상궂은 모습이었다. 높고 가파른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엄청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온천까지. 높은 산 위에는 눈이 덮혀 있었고, 바닷가 시내에는 매화꽃이 피어 있었다.
세째 날은 일본 음식을 체험해보기 위해 야요이텐구(Yayoitengu) 거리에 있는 작은 스시 집에 갔다. 귀하다는 고등어 스시를 주문했더니...잠시 넋을 잃게 만들었던 스시의 양, 이것이 4인분이다! 이전에 두 번의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이미 느꼈던 바이지만 일본식으로 배불리 먹을 생각은 일본 땅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일본인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공용주차장 한켠의 사당.
마지막 날의 오기야마GC는 벳부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전망이 아주 좋았다. 바로 아래는 유명한 지옥온천 지대이다. 벳부GC에 비해 바람은 거세지 않았고 기온도 온화했다.
골프장 주변의 산 경사지는 마치 면도한 듯이 수목을 제거하고 잡풀지대로 만들어 놓았다. 가까이서 보니 어린 나무를 심어 놓았다.
마지막 날 일정. 아침 6시 30분 기상 후 식사, 골프장 라운딩 시작 8시 전후, 10시 30분 점심, 오후 3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 밤 8시 비행기 이륙, 8시 55분 부산에 도착.
일본 골프는 싸다고 해도 자고 먹은 비용까지 포함하면 가성비가 썩 좋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이번 4박 5일 여행에서는 하루 20만원 정도(항공료 포함) 들었다. 동남아의 경우 하루 10만원 내외(겨울 성수기에는 15만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행기 탑승 시간이 짧아 이동에 부담이 적은 것은 확실한 장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느 골프장 할 것 없이 코스 관리와 골프장 시설 관리가 상급이라는 점도 믿고 갈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도 겨울이 되면서 상당히 파격적으로 인하된 이벤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인은 1박2일에 20만원 들었다는 정보를 전해주기도 했다. 내가 자주 이용하고 있는 인근의 9홀 짜리 골프장은 노캐디에 카트 포함 5만원에 라운드할 수 있는 행사를 2월 중순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P.S.] 일본 여행을 할 때 꼭 챙겨둬야 할 사항 한 가지! 스마트폰 로밍 관련 팁을 첨언해 둔다. 스마트폰은 비행기 타고 껐다가 그 나라에 도착해 켜면 그 나라의 통신망과 자동으로 접속이 된다. 이 접속망은 국내 통신회사와 제휴가 되어 있는 현지의 통신회사망을 빌려쓰게 된다. 만약 이 상태에서 국내에서하듯 동영상 보고, 사진 찍어 전송하고, 전화 받고 걸고, 장문 문자 보내고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면 한 달 후 쯤 청구되는 전화요금을 보고 기절할 지도 모른다. 요금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일까?
답은 현지 심(SIM)을 사서 끼우는 것이다. 심은 칩 형태의 유심과 앱 형태의 이심이 있다. 심은 국내에서 살 때와 현지에서 살 때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대체로 국내가 저렴하다.
유심은 알다시피 칩 형태로 되어 있어서 외국에 도착하면 기존의 국내 유심을 빼내고 현지 유심으로 갈아끼워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좀 귀찮다. 빼낸 유심을 잘 보관했다가 귀국하면 다시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E-SIM이은 이런 귀찮음이 없다. 다만 자신의 스마트폰이 E-SIM을 지원하는 지의 여부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는 방법은 구글이나 네이버 등 검색엔진에서 '갤럭시 ??', '아이폰 00' 등 기기 모델을 알려주고 이심을 지원하냐고 물어보면 답을 해준다. 지원이 된다면 유심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본 이심'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상품을 볼 수 있다.
정리하면,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국내에서 해외로밍용 데이터를 미리 구입해 사용한다. 2) 데이터 모드를 끄고 와이파이가 되는 환경에서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3) 현지에서 유심을 구입해 사용한다. 이 경우 일본은 데이터 용량 2기가(GB)가 3000엔(우리 돈 약 3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상품)이었다. 4) 이심을 구입해 현지에 와서 기존의 유심을 끄고 이심을 활성화시켜 사용한다.
나는 이 방법을 이용했는데 5일간 하루 1기가 씩 5기가 사용하는 걸로 해서 4,000원 들었다. 하루 1기가는 국내에서 쓰는 패턴 그대로 일본에서도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었다.(1기가를 넘기면 불통되지 않고 속도만 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