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옛 경화동의 모습을 포스팅한 적(https://leechee.tistory.com/1658)이 있는데, 이번에는 사진 위주로 기록을 해본다.
4년 여를 다녔던 이발소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꿔보기로 작정을 하고 옛 경화동 택지 구역에 있는 한 이발소를 찾아갔다. 나이 드신 이발사 분이 친절하고 솜씨도 빼어난 것 같아 결과적으로 만족! 이발한 김에 근처 골목길로 오락가락 하면서 사진을 담아봤다.
내가 보기에 이미 폐업한 가게나 빈집들로 보이는 건물들인데, 아닐 수도 있고, 폐업, 폐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 분도 있을 것같아 조심스럽다.
앞의 포스팅에서도 경화동 옛 주택지역을 두고 세월이 멈춰진 7080의 동네라고 했지만 다음의 사진들을 보면 나의 그런 생각이 동감하리라 본다.
경화동 주택가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남북으로 난 2차선 도로가 세 군데 있다. 중부시장, 불종거리(경화초등학교), 경화시장 등 세 군데 구역이다. 그리고 이들 구역은 바둑판처럼 구획정리가 되어 있다. 더러는 1.5차선 골목길에서 차들이 불쑥 나와 접촉사고가 나는 장면을 종종 보기도 한다.
주택은 대부분 슬라브형의 단독 주택이다. 연립 주택이 간간이 섞여 있기도 하고 오래된 목조 주택도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폐점도, 폐가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규모가 제법 큰 목조 건물. 시멘트 건물들 사이에 버티고 있다.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걸로 봐서는 최근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혼수방이라! 유리창에 새겨져 있는 글귀로 봐서는 이불집인데, 요즘도 솜을 타서 이불 만들어 혼수품으로 가져가는 새색시가 있나? 나의 아내가 이 집이 영업을 지금도 하고 있다면 반가워할 것 같다. 우리 집에도 묵은 솜이불이 있으니까.
경화동에는 목욕탕 굴뚝이 제법 있다. 둘러보니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간판에 세월은 흔적이 짙게 배어 있는 이발관, 내가 친숙히 여기는 곳이다.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까?
주택가 골목길에 생뚱 맞게 생맥집이라니, 그것도 나란히 두 군데나. 여기 살고 계시는 연세 지긋한 분들은 젊은 시절 이 집에서 한잔 거나하게 하고 집으로 비틀거리며 간 분들이 꽤 있을 듯.
이름조차 섬뜩한 PC방, 한때 두어 집 건너 한집꼴로 PC방 전성시대가 있었다.
경화동에는 미용실이 꽤 많다. 그만큼 머리 하는 아낙들이 많았다는 반증인데, 지금은 대부분 노인네가 되어버렸다.
참 좋았을 법한 미용실, 그 시절이 제법 오래된 것 같다.
이 집들에 사는 사람들은 앞집 옆집이 모두 이웃이었을 것이다. 집 안에서 누구야 하고 고함질러 옆집, 앞집을 부르면 화답했을 것이며, 골목에는 아이들 소리가 밤이 되도록 멈추지 않았을 듯.
진해역으로 가던 철길이 방향을 바꾸어 행암 쪽으로 가면서 경화동을 가로 지른다. 지금도 가끔씩 화물 열차가 다닌다.
경화동만큼 철도 건널목이 많은 동네가 또 있을까?
언제적 미술학원이었는지, 말 그대로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담벼락 쪽에 놓여 있는 돌의 용도는 뭘까?
보신탕집은 이제 거의 사라진 음식점. 이 집 주인 할매는 어떻게 되었을까?
산삼, 벌꿀을 취급했던 가게, 이 집 주인은 산꾼이었을까?
아내의 전언에 의하면 진해의 학군은 마산에 비해 조금 명성이 쳐진 것 같다. 그래서 중학교를 마친 진해 아이들은 고등학교 진학을 마산으로 많이 했다.
그로 인해 생긴 업종이 바로 마산 통학 버스. 일반 노선 버스가 아닌 일종의 전세 버스와 같은 개념이다.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실어 집 앞에 내려주는 식.
경화동은 대부분의 집들이 단독 주택이다. 마당이 있으면 나무를, 마당이 없으면 현관 계단 등에 화분을 둔 모습들을 익히 볼 수 있다.
창가 조그만 빈틈에 심어놓은 홍매화가 칙칙한 골목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 때는 인기도 있었고 그래서 돈벌이도 되었을 법한 가게들, 그러나 사는 사람들의 나이가 늙어가고 젊은이들이 보충되지 않으니 쇠락을 길을 걷고 있다.
가장 오래된 직업이기도 하고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직업이기도 한 것이 점쟁이라던가? 범인의 삶이란 것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니 그걸 할 줄 안다는 점쟁이가 필요한 것이리라. 경화동에는 그런 신내린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리고 성업 중인 것 같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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