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가는 해가 못내 아쉬워 삼랑진 낙동강 어귀에서 해넘이를 봤다.
애초에는 삼랑진에서 원동 넘어가는 고갯길 중턱에서 볼 예정이었다. 일몰 시간이 5시 30분이라는 라디오 방송의 안내말을 믿고 4시 반 넘어서 집을 나섰는데 가다보니 해는 서산으로 빠른 속도로 내려앉고 있었다.
삼랑진 거족 마을에서 바로 낙동강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새로 생긴 철교 인근의 횟집 동네가 해넘이를 보기에 좋을 것 같아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카메라는 사람 눈보다 훨씬 기계적이다. 동공(조리개)을 해에 맞추니 훨씬 황홀해졌다.
조류독감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양계닭의 거의 1/4이 매몰 처분되었다.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그나마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드문 드문 보이는 저 강물 위의 새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저 건너 강기슭과 닿은 부분은 햇빛이 띠가 되었다. 무슨 조화인지...
강렬한 햇빛을 이기고 사람을 담으려면 플래시를 터뜨려야 한다.
지기 시작한 해는 거침이 없다.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보인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6시 반이다. 일출이 7시 반이라고 하니 지금 나서도 늦지는 않을 듯.
해마다 동행해오던 아내는 격무로 인해 해돋이 보기도 포기하고 자겠다고 했다.
나만 살그머니 집을 빠져나와 해마다 새해맞이 하는 수산으로 향했다.
혹시나 더 나은 풍광이 있을까 싶어 옛 수산다리 쪽으로 차를 몰고 가봤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광이 별로다.
해마다 주차하는 모산사거리 모퉁이에 차를 대고 수산대교로 향한다.
일부는 다리 위에 비상 깜박이를 켠 채 서있다.
참 위험한 짓이다. 일출은 일출이고 삶은 삶이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80km 이상의 속도로 이 길을 질주할 터인데 말이다.
2012년인가? 처음으로 이곳에 일출을 보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그 때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이후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다리 아래에 키우고 있는 소가 벌써 외출을 나왔다.
추워보인다.
여명. 이 시간은 참 길다. 기다리는 마음이 시간에 덧보태지면 시간은 참 더디게 간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늘었다.
올해는 거의 인도에 '양팔 벌려' 간격이다.
철새들이 행진을 한다.
구름을 보면 해가 산 너머로 올라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디어 새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서산으로 넘어갔던 그 해이지만 세수하고 난 뒤의 얼굴과 같이 해맑다.
짧은 순간이지만, 가족의 건강과 성취를 되뇌여본다.
저 해가 무엇을 알겠는가마는 그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이다.
햇빛 받은 수산 읍내 쪽으로 눈을 돌려본다.
빛은 그 엄청난 위력으로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내버렸다.
낙동강 정비 사업을 하면서 심어놓은 소나무 몇 그루.
이곳의 풍광을 윤택하게 하는 유일한 요소다.
저 소나무를 빼고 보라. 얼마나 황량한 풍경이겠는가?
이 아이폰은 때마춰 말썽이다.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꺼져버린다. 올해 해결해야 할 첫 숙제다.
http://leechee.tistory.com/1339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다리 난간은 텅 비었다.
낙동강을 따라 생림 쪽으로 가는 길로 집으로 향한다.
겨우 다시 켠 아이폰에서는 SNS, 문자 메시지가 대성황이다.
아내을 밥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가 오고,
나는 잠시 길모퉁이에 차를 대고 답신을 한다고 시간을 보낸다.
올해가 정유년(丁酉年), 내년은 내가 태어난 그 해가 한 바퀴 돌아 되돌아오는 무술년(戊戌年)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해서 내 삶을 정리하고 방향을 선회하는 준비를 올해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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