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봉화산을 찾았다. 정토원 쪽으로 올라가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봉화산 중턱을 한 바퀴 도는 식으로 간다. 등산이랄 것은 없고 산책 정도다. 어느 경로로 도느냐에 따라 5천 보에서 1만 보 정도 되는 코스다.
이 산을 돌다보면 필연적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과 만난다. 저 아랫 쪽 봉화산 밑에 있는 봉하마을에는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묘소와 생가를 들렀다가 더러는 생을 마감한 부엉이 바위를 찾아온다. 그러나 부엉이 바위는 아랫쪽에서는 잘 보이지만 산 위로 올라오면 다음 사진과 같이 철책이 쳐져 있다. 탐방객들은 바위를 가늠하지 못해 여기를 지나쳐서 산 등성이로 올라가 헤매기도 한다.
봉하마을에 갑자기 큰 공사가 벌어졌다. 몇 달 전까지 보이지 않았는데 공연과 집회를 위한 시설이며 김해시에서 짓고 있다고 한다. 공연을 하고 집회를 하는 목적이라면 묘소와 너무 가깝고, 미망인이 살고 있는 사저와 마주하고 있어서 꽤나 소란스러울 것 같다. 사자와 미망인이야 어쨋든 관련된 행사일테니 함께 하겠지만 이 동네에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은 저 장소가 사용되는 시간에는 참 번잡할 것같은 생각도 든다.
부엉이 바위로 오르다가 약수암 쪽으로 방향을 틀면 소나무와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대통령의 은퇴후 생활을 감안해서 조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길'을 비롯한 소위 생태공원은 이제 흔적만이 남아 있는 것이 제법 많다. 이 길에 심어져 있는 맥문동도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군데군데 조성 당시 박아놓은 식물 안내 팻말이 정작 그 자리에 그 식물이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호미든 관음상'이란 이름이 익숙치 않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말 그대로 호미를 들고 있는 관음불상이다. 봉화산 정상(140m)에 우뚝 서 있다.
사자바위. 원래 이곳은 감실 흔적이 있는 바위 뿐이었다. 그런데 작년인가 갑자기 봉화대(봉수대)가 설치되었다. 벼랑에는 철책도 쳐지고...그러고 보니 봉화산이란 이름은 봉화대가 있어 붙여진 이름일까?
호미든 관음상이 있는 봉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남쪽 계단. 나무가 많이 상했다. 부분적으로 수리를 했지만 내딛기가 웬지 불안하다.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겠지?
정토원 큰 법당 앞에 복슬강아지가 지키고 있다. 법당 앞에서 스님이 법당으로 들어서는 문앞에 섬돌 역할을 하는 발판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서쪽에는 이미 멋지게 완성해서 깔아놓았다. 솜씨가 거의 프로급이다.
정토원 큰법당은 규모가 아담하다. 큰 불상 오른쪽으로 작은 불상들이 빽빽히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도 대통령과의 연이 닿아 있다. 한 분이 아닌 두 분 대통령 영정이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것들은 또 무슨 흔적인지?
그네는 산등성이에 왜 있는거야?
그리고 이 좌대는 무엇을 얹었던 걸일까?
머지 않은 훗날에 명물이 될 것 같은 소나무
산중의 색이 무채색으로 변해 있으니 이 망개열매가 돋보인다. 까치밥이라고도 했고 꿩 잡을 때 이 열매 속에 독약을 집어넣어 산에 뿌려놓던 기억이 솔솔 난다.
산중의 풍경은 화려한 색상을 잃어버리고 수묵화가 되어 가고 있다.
봉하마을과 봉화산 사이의 골짜기에는 묘령의 시설물들이 있다. 이건 물탱크로 보인다. 아랫쪽에 있는 못의 물을 퍼올려 여기에 가두었다가 다시 흘려내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상수도 정수장인가?
하여간 물탱크에서부터 연못까지 수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어른 팔뚝보다 더 큰 잉어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물의 시설물은 물고기 먹이를 주는 용도로 보인다.
시설물 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렇게 굳게 닫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진영 근교에 마땅한 산책 혹은 가벼운 등산 코스가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봉화산을 나의 산책 코스로 삼고 있다. 산을 오르면 봉하가 보이고, 봉하 마을에서는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가 불쑥 튀어나와 있는 봉화산이 지척에 있다. 봉하마을은 어느새 대통령의 마을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원 주민들은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전체가 리모델링이 되어버렸다. 그 사람들은 계속 농사를 짓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마을 앞 들녘은 친환경농법으로 쌀농사를 짓는다. 그 농사를 짓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마을 입구에서 화포천, 진영역 쪽으로 진영 우회도로 공사가 한창이라서 그 들녘도 상당 부분 도로가 되어버렸다.
어쨋든 옛 마을은 사라지고 대통령의 그림자만 남아 있는 마을이 봉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그림자 덕에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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