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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말레이시아 자카리아 선생과의 상봉

by 리치샘 2013. 12. 18.

2006년 알콥(http://www.alcob.com) 컨퍼런스가 부산에서 있었다.
컨퍼런스 과정 중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틈타 내 차에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오신 선생님 몇 분을 태우고 인근의 황령산에 올라간 적이 있다.
그때 찍은 사진이다.

그 때 말레이시아에서 온 자이누딘 자카리아(Zainuddin Zakaria, https://www.facebook.com/Zainuddinzz)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이후 그의 시범 수업에 내가 안내를 맡고, 체류 중 멘토 역할을 했다. 사진의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자카리아 선생.

지한파, 친한파라고 할까, 그는 벌써 이번에 4번째 한국 방문이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그의 국제적 영향력을 인증하는 한국 내 나와 같은 학교 교사와의 만남과 학교 방문, 그리고 왕친한파인 그의 부인인 살미 만(Salmi Man, https://www.facebook.com/salmi.man)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그의 부인은 하루에 평균 3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 및 관련 영상을 시청한다고 한다. 동남아의 친한파들이 그렇게 생각하듯 눈밭에 딩굴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단다.

금요일(12월 13일) 밤에 도착한 그는 서울과 서울 근교에서 사흘을 보내고 화요일인 17일 나를 만나러 밀양으로 왔다.
애초에는 부산으로 가서 짐을 내려놓고 밀양으로 다시 오는 일정이었다. 그가 국내 지리나 교통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스케줄이었다. 숙소인 해운대까지 갔다가 다시 부산역으로 와서 밀양에 오게 되면 시간이 너무 많이 허비되는 일정이었다.
내가 급히 수정을 해주었다. 서울에서 동대구까지는 KTX를 타고, 동대구에서 밀양까지는 환승을 해서 오도록 했다. 밀양 직통 KTX는 표가 전날 저녁 이미 매진이었다.

역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30분, 역 구내에서 서울로 출장가는 교장을 만나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일정을 위해 점심 식사부터 해야 한 판. 무슬림인 그와 그의 부인은 가리는 음식이 있다. 돼지고기와 술인데, 돼지 고기는 한 점이라도 들어가면 안된다고 했다. 즉 된장찌개, 만두 등도 금기 음식이란 얘기다. 채소류와 과일류 외는 마땅히 권할 음식이 없었다. 마침 역 구내에 스넥 코너가 있어 거기서 야채 토스터와 키위 쥬스로 점심을 해결했다. 

역에서 밀양 시내를 관통해서 학교로 왔다. 오는 길에 영남루 다리목과 다리 위에는 밀양 고압송전탑 건설과 관련해서 빈소가 마련되어 있고 피켓 시위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자카리아 선생님은 연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먼저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과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3층으로 와서 한 반 학생들을 멀티미디어실습실로 모이게 했다. 애초에는 '프로젝트 코리아마스(Project KoreaMas)' 그룹을 모이게 할 작정이었는데, 직업능력기초평가와 심층면접실습 등으로 아이들이 흝어져 하는 수 없이 단일 반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카리아 선생님과 우리 아이들 사이에는 궁금한 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꽤 많았다. 사사로운 신상정보부터 학교에 대한 것 까지 말이다. 내가 실시간 통역을 담당했다. 1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 교류를 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끝맺었다.







미리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었는데 마침 학교에 홍보 목적으로 만든 머그컵이 있어 두 개를 그들에게 건넸다.

그리고 명승지 한 곳 정도는 구경을 시켜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얼음골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 사과 반 상자를 사서 추가 선물. 그 사과가 저녁 무렵에 부산 숙소에 도착해서 보니 주식이 될 듯했다.

 

얼음골 케이블카. 작년에 내가 담임을 했던 아이들이 3명 근무하고 있다. 재영이, 민지 그리고 소라. 다른 반 출신 희진이까지 해서 네 명이다.
소라와 한 컷.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보면 저기 호랑이 형상이 뚜렷이 보인다. 백운산 호랑이 바위이다.
이렇게 윤곽을 그려놓으니 확실하지 않은가?


추앙받는 말레이시아의 ICT활용 교사답게 아이패드 미니를 가지고 왔다. 사진과 동영상은 거의 이 기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폰은 삼성의 윈도폰을 부인과 같은 모델로 구입해서 쓰고 있었다.


역시 교사인 그의 부인. 부인은 거의 말이 없었다. 말을 해도 조용조용히 하는 편이었다. 무슬림답게 히잡을 예쁘게 둘렀다.

여기서 잠깐

히잡 : 머리와 어깨 일부만 가리고 얼굴은 드러냄
니깝 : 눈만 남기고 얼굴 전체를 가림
차도르(이란) : 눈만 보이게 하고 전신을 검은 목면 천으로 두름. 망토형.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차드리, 아라비아에서는 타르하, 파키스탄에서는 부르카, 이라크에서는 아바 등으로 불림.

[네이버 지식백과] 차도르 [chādor] (패션전문자료사전, 1997.8.25, 한국사전연구사)



[네이버 지식백과] 히잡과 니깝 (이슬람 율법, 2010.9.1, ㈜살림출판사)


얼음골에서 송백에 이르는 길이 시원스럽게 연결되었다. 저 길이 연결되지 않아 울산 가는 길이 늘 찝질했었다.



높은 곳에 오를 일이 별로 없어보이는 두 사람에게 이런 산정은 새로운 경험이었으리라.





그들에게는 기온이 차가와서 이번 한국 방문이 대단히 매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잔설이 남아있는 길을 오르내리며 추위에 떨면서 그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즐거운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얼음골을 벗어나 울산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그 길로 해서 부산으로 향했다. 자카리아가 예약해둔 숙소는 해운대에 있었다. 이름은 삼강썸머맨션, 삼강아파트라고도 했다. 해운데 해수욕장 백사장 인근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뒷편이었는데, 지어진 지 꽤오래되어 보이는 낡고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였다. 주차 공간이 거의 없어 곡예운전을 해서 겨우 주차를 하고, 주인이 일러준대로 6층의 집을 찾아갔더랬는데, 일반 모텔과 다름이 없는 달랑 방 한 개에 욕실이 전부였다. 지역의 여건에 맞게 개조된 집이었다.

거실에 올레 에그가 있어서 그걸 설정해주고, 잠시 오늘의 일과에 대하여 환담하고 내일의 일정에 대한 조언을 해준 뒤 헤어졌다.

그는 이 해가 지나면 나이 50이다. 나와는 네댓 살 차이는 있지만, 사는 나라가 다르니만큼 거의 절친이다. 지난 2006년에 그는 나에게 쿠알라롬푸르의 명물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s) 빌딩이 양각된 주석 재털이를 선물해주었다. 그때 나는 미니 마우스, 헤드폰, USB케이블 등이 들어 있는 세트를 준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그는 아놀드 파마 셔츠를 준다. 주면서 이 옷을 입고 말레이시아에 오라고 한다. 그러마고 약속했다.

다음 날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 등지로 쇼핑 겸 관광을 하고, 다음 행선지 울산으로 갈 거라고 했다.

울산에 시티투어가 있었다. 그것을 해보라고 일러주었다.
그런데 아뿔사, 내가 한 가지를 빠뜨렸다.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울산시청까지 간 그는 거기서 갈 곳을 잃어버렸다. 내가 미안해서 어쩔 바를 모를 지경이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어떻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
어느 카페에 들러 잠시 초콜릿차를 마시면서 혼미한 정신을 수습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재작년 여수박람회 왔을 때 알아둔 울산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고 연락이 이루어졌다는 메시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금요일 즉 내일 자정 지나 인천에서 비행기를 탄다고 한다.
나머지 일정도 무사히 마치고 안전 귀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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