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낭만 여행지라면 단연코 정동진을 꼽는다.
드라마 모래시계가 큰 히트를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정동진은 젊은 연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 모래시계 보기
나는 언젠가부터 동해안 쪽으로 완행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가 보는 여행을 꿈꿔왔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그 완행기차를 타고 다녀온 기억 때문일까? 아내는 아내대로 정동진에 대한 동경(?)을 해오던 터였다.
역에 들렀을 때 본 안내장(아래 사진)과 코레일 홈페이지, 이를 통해 정보를 얻고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다.
무박2일이라는 일정이 걸리긴 했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한편으로는 이 나이에 안해보면 다음에 언제 겪어볼거냐는 생각도 했다.
2월 27일 밤 10시 30분, 집에서 밀양을 향해 출발했다. 밀양서 11시 16분에 출발하는 기차인데 아내는 뭘 그리 서두르느냐고 눈총을 줬지만 주차할 곳도 찾아야 하고 그보다는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동해안 기차와 연계한 여행 코스는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자세한 내용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해서 밀양에 도착한 기차는 이미 거의 모든 좌석이 다 차 있었다.
가이드는 동대구에서 탔다.
일부 몰염치한 남녀 객들이 카드패를 돌리면서 떠들썩하게 굴어서 심히 언잖았다. 그들의 막무가내식 자기 도취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눈치없는 자들은 법적으로 다스려야할 때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했다.
심야에 달리는 기차인데도 차량 내부의 조명이 너무 밝아 눈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역마다 나오는 안내 방송도 새우잠마저 깨우는데 일조를 했다. 객차의 시설과 운영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카페 칸을 포함해서 일곱 량의 객차를 달고 달린 무궁화호는 아침 6시 10분 경에 정동진에 도착했다. 일곱 량의 객차를 꽉 채웠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카페 칸에 가서 마실 것 사러가면서 보니 서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그 사람들 모두가 고스란히 정동진 역에 내린 것이다.
성급한 사람들 먼저 내보내고 뒷꽁무니를 따라 나오는데 탑승장을 빨리 빠져나가 달라는 방송을 해댄다. 철길을 건너 역사를 빠져 나가야 하는 구조라 안전사고가 우려될 법도 했다.
오늘 해뜨는 시각이 6시 58분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역사 벽에는 연예인들의 사인이 붙어 있었다.
일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역을 빠져 나오니 현지 여행사에서 안내를 해주기를 원래 오후 정동진으로 돌아오는 바다 기차를 아침에 탄단다. 중식 제공이 아침 식사 제공으로 바뀌고.
역 지척에 식당이 있어 그곳에서 동태해장국과 순두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먹었다. 순두부는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그냥 하얀 순두부국이어서 놀랬다. 약간의 콩비린내가 남아 있었다.
다시 정동진 역으로 와서 역 너머에 있는 모래 사장으로 향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 셀카봉을 사놓고 안가져온 것을 여기 와서 깨닫는다, 헐~.
수많은 사람들이 큰 파도가 밀려드는 백사장에 운집해 있다. 셀카봉을 든 사람들이 꽤 많았다. 기차 안에서는 내 나이 또래들이 많아보였는데 여기와서 보니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다. 근처의 민박, 팬션, 호텔 등 이런 곳에 밤을 지낸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았다.
해는 순식간에 떠올라 수평선 위에 성큼 올라섰다.
저마다의 소원들을 하나씩 저 떠오르는 해에게로 띄워보내는 듯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바다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정동진역으로 왔다.
벗이여,
바른 동쪽
정동진으로
떠오르는 저 우람한
아침 해를 보았는가.
큰 발원에서
작은 소망에 이르는
우리들 모든 번뇌를 씻어내는
저 불타는 태초의 햇살과
마주서는 기쁨을 아는가.
벗이여,
밝은 나루
정동진으로
밀려오는 저 푸른 파도가
억겁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가.
처연한 몸짓
염원하는 몸부림을
마주서서 바라보는 이 환희가
우리 사는 보람임을
벗이여, 정녕 아는가.
- 신봉승
역과 백사장 사이에는 바이크 트레인 철로도 깔려 있다.
정동진역 강릉 방향
모래시계 소나무
저 꼭대기의 정자에 오르면 조망이 꽤 좋을 것 같다.
우리가 타고 온 것과 같은 무궁화 기차가 남쪽으로 내려간다.
바다 기차가 왔다.
좌석이 2열로 되어 있고 바다를 향해 배치되어 있다.
모니터에는 기차가 달리는 전면의 풍경이 비쳐지다가...
객차 내부를 비추기도 한다. 퀴즈 풀기 이벤트도 있고...
바다가 내내 보일 줄 알았는데 기차가 속도를 줄이는 구간에 잠시잠시 보일 뿐, 바다 기차라는 이름이 많이 무색했다.
추암역에서 내려 촛대바위를 보러 가는 길. 갈매기와 오리들이 얽혀서 놀고 있다.
이 녀석은 뭔가 큰 불만이 있는 듯 꽥꽥 소리를 질러대면서 뒤뚱거리며 시위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특이한 모양을 한 건물이 보여 한 컷 했다. 나중에 가본 이사부 사자공원이라는 곳이다.
촛대바위 끝에 마치 박제해서 올려놓은 듯한 새 한 마리.
이 새들도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다.
촛대바위 주변 파노라마.(클릭하면 큰 사진이 나옴)
부서지는 파도를 담아보려고 몇 컷 했다.
제대로 타이밍을 맞췄다.
조각공원을 돌아서 내려왔다. 버스 출발 시간에 촉박해서 조각 작품들을 자세히 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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