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치앙마이 여행해서 동행한 식구가 4명이 되나보니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세 건이나 있었다. 두 건은 되찾았고, 한 건은 결국 보험처리를 해서 변상을 받았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해자 바깥 서쪽에 위치한 하얀 불탑이 유명한 왓 수안독에 갔을 때이다. 잔디밭에 잠시 앉았다가 들고 다니던 손가방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떴다. 10여분 후에 다시 기억나 후다닥 다시 현장으로 갔다. 가방 속에는 여행경비로 쓸 태국화폐 바트 현금이 몽땅 다 들어 있었다.
그 자리에는 깜짝 놀랄 감동의 풍경이 펼쳐져 있어 사진으로 담았다.
손가방이 잘 보이도록 나무에 걸어놓은 것이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같이 들고 다니던 인쇄된 지도는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돌맹이를 얹어놓았다. 물론 내용물은 온전한 상태 그대로였고.
우리 나라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마음 씀이 아닌가?
어느 누가 그렇게 했는지는 주위를 둘러봐도 알 수 없어 사례를 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까웠지만 선행을 한 이는 선행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할 행동을 한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두 번째 분실물은 선글라스다.
출국하면서 큰맘 먹고 유명 메이커의 값비싼 선글라스를 면세로 구입했는데 이걸 어느 순간에 어떻게 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잃어버리고 말았다. 면세로 20만원 가량하는 물건이라 못내 안까워서 치앙마이 경찰서를 찾아갔다. 모든 분실물은 신고하는 핫라인이 있으며, 사람들이 양심적이라 신고를 하면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현지인으로부터 듣고 일단 전화 신고를 했다. 그리고 해자 안에 있는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런데 해자 안의 경찰서는 해자 안쪽에서 일어난 사고만 취급한다면서 분실 장소와 가까운 해자 밖 경찰서를 안내해주었다.
다시 썽태우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 근처의 경찰서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전화신고한 사항을 감지하고 있었고 매우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분실과 도난은 다르고, 보험처리를 하려면 도난 사고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해준다. 도난은 도난 현장을 목격하거나 목격자가 있어야 한단다. 그러나 우리는 목격자가 없는 상황이라 난감했지만 분실 경위서를 잘 작성해서 보험처리가 되도록 해주겠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최선을 다해 우리를 도와주었다.
결과적으로 이 서류를 들고 여행자 보험을 든 회사에 접수시켜 실비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준 담당 경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세 번째는 휴대폰 충전기.
기존의 내 전화기는 데이터 요금 폭탄이 걱정이 되어서 스마트폰의 셀룰러 데이터 전송 기능을 끄고 오로지 사진기로만 이용했다.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안쓰고 집에 둔 이전 모델 스마트폰 하나를 빌려서 현지에서 유심칩을 구입하여 현지 전화기로 사용했다. 이 전화기는 통화와 인터넷을 지불한 요금만큼 할 수 있는 선불 전화였다.
전화기가 두 대이다 보니 번거로웠다. 들고 다니는 것도 그랬지만 충전하는 일도 충전 콘센트가 넉넉치 않아 번갈아 충전하는 등의 신경을 쓰야했다. 한 방에 기거했던 김 선생님도 마찬가지여서 침대 머리 맡 침대에 가려진 벽에서 콘센트를 찾아 거기서 충전을 하곤 했다. 나는 냉장고 뒤에 있는 콘센트 중 전자렌지에 연결된 플러그를 빼고 대신 충전기를 연결해두었다.
하루 먼저 귀국한 김 선생님이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침대 맡에 충전기를 그대로 꽂아두고 왔노라고. 그런데 호텔의 와이파이 접속이 아이디와 패스워드 입력 방식이라 귀찮아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았더랬는데 귀국해서 인천공항에 내려 휴대폰을 정상으로 돌리자 메시지와 메일 등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그 속에 김 선생님이 보낸 충전기 가져오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난감한 일이다. 다시 치앙마이로 갈 수도 없고. 난감함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내 충전기도 같은 방 냉장고 뒤에 두고 온 것을 집에서 PC로 사진 전송을 시도하다 발견했다.
일단 메일로 호텔 보스에게 챙겨봐 달라고 알렸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일행 중 한 분인 엄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내어 호텔에 한 번 들러봐 달라고 부탁했다.
답은 서너 시간도 안되어 돌아왔다. 충전기 둘 다 찾았다고.
그리고 이렇게 온전하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쪽지의 글씨는 호텔 주인의 것이다.
잃어버리면 자책을 하거나 그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이번 세 건의 분실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치앙마이, 거기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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