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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배지

by 리치샘 2016. 10. 31.

한때 양복의 깃에 배지를 다는 일이 유행인 때가 있었다. 물론 요즘도 국회의원들이나 외국 관료들과의 회담에는 배지를 다는 일이 흔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일반인들이 양복을 입으면 의례히 배지를 달지 않으면 뭔가가 빠진 듯한 그런 분위기는 사라진 것 같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을 몇 년 만에 약간의 구조 변경을 했다. 가구 중 CD장 두 개를 덜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더불어 책상 정리도 깔끔하게 했다.

적어도 3년에 한 번은 방의 구조 변경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조언을 하던데 전문가 조언이 아니더라도 구조 변경을 꼭 필요한 일인 듯하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옷걸이가 있는 벽면에 CD장이 있었다. 그걸 거실 복도로 덜어내었다. CD장 뒤에는 먼지가 5cm 정도쌓여 있었다. ㅠ.ㅠ


책상 서랍이랑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배지들을 찾아내었다. 늘 서랍을 열고 닫으면서도 별 관심없이 방치해두었던 것들이다.


이 배지들은 나름 뜻이 깊다. 왼쪽의 것은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법인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배지다. 배지 공모전에 있었는데 내가 디자인한 것은 탈락하고 대신 이것이 채택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의 것은 통합 마크(왼쪽)가 사용되기 전의 밀성고등학교 배지다. 이 배지는 내가 디자인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자화자찬!!)


내 삶의 괘적을 담고 있는 것들도 있다.
왼쪽은 알콥(ALCoB), 가운데는 지금은 어도비에 통합되어 사라진 회사 매크로미디어, 오른쪽은 2002년 월드컵 기념 배지다.

알콥은 APEC 산하의 교사 봉사 단체인데, 나는 이 단체에서 10여 년간 활동했다. 그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아직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교류를 하고 있다.

가운데 매크로미디어 배지는 아마도 매크로미디어 제품 런칭 기념으로 얻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나는 파이어웍스(Fireworks) 8 버전인가를 베타 테스트 하는데 참여한 적이 있다.

2002월드컵 기념 배지는 구입한 것인지 얻은 것인지 기억이 없다.


알콥 배지는 두 종류가 보관되어 있다.


한때 사진에 미쳐서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는 등 여러 경로로 활동한 적이 있다. 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할 자격을 얻는데 단 몇 점의 점수를 남기고 포기해버렸지만 입회를 기정사실화하고 받은 배지로 기억된다.


1999년 서울에서 있었던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 둘째 아들과 함께 참가하여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함께 받은 기념 배지다.


이건 디자인이 국회의원 혹은 국무의원 배지를 모방한 종친회 배지인데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배지가 신분을 표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위를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되는 간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나는 이 배지를 한번도 달아본 적이 없다.  


서랍 바닥에 깔려 있다가 발견된 종이이다. 내가 1985년 처음으로 영광스럽게도 1,2학년이 아닌 3학년 담임을 했던 모양이다. 교사가 되고 무려 4년 만의 일이다. 소풍을 가서 찍은 단체 사진에 아이들 이름 까먹을까봐 기록한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원본 사진은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