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골프 여행에 관한 나의 생각이다.해외 골프 여행을 가는 목적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골프. 원도 한도 없이 공을 쳐묵자(!)는 거다.
둘째는 공도 치고 여행도 하자. 공만 칠 수 있냐, 외국까지 가서 인근의 명승지나 그 나라 사람들 사는 모습이라도 구경하고 와야지 하는 거다.
첫 번째 목적은 보통 해외 골프 초보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국내의 골프장에서 원을 풀지 못한 사람들, 이런 저런 이유로 골프장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사에서 하는 무제한 라운딩 팩키지를 계약한다. 중국 해남도, 청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무제한 라운딩을 할 수 있다.
인터넷에 보면 가격도 엄청 싸게 나와 있다. 일반 여행에 비해 캐디백을 챙겨야 한다는 것 외는 별 어려움이 없다. 향공권부터 숙소, 식사, 부킹까지 다 해준다. 단, 제시되어 있는 포함/불포함 사항을 눈여겨 봐두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경비가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2-3배 정도 더 든다는 사실. 그것은 공 치는 일 외는 모조리 소위 생돈이 들어가기 때문. 한 예로 잠깐 바람 쐬러 시내 쪽에 갈 양이면(보통은 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다.) 차량 대절료랑, 기사팁이랑, 술집이라도 간다면 술값 바가지랑...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일쑤다. 이 경우는 대부분 매니저 혹은 코디라는 이름으로 현지의 골프장에 한국인이 있는데 이들의 상주 목적은 오직 하나 고객의 호주머니를 후려 돈을 모으는 데 있다고 보면 된다.
한번은 용캐 이런 상술에 걸려들지 않을 지 몰라도 횟수가 거듭되면 반드시 당하게 되어 있다.
해외에 나가면 진짜 나쁜 사람은 현지인이 아니라 바로 한국인이라는 얘기가 있다.
한국인 지배인이 거의 강도 수준이었던 태국의 한 골프장
비용이 싼 대신에 마닐라 시내와 너무 많이 떨어져 있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 중부의 한 골프장.
이 골프장 역시 골프장 내에 골프텔이 있고 바깥과는 단절되어 있었다.
아니면 완전히 격리된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일례로 몇 년 전에 가본 칭다오의 한 골프장의 경우 가까운 시내와 차로 거의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공치는 일 외는 할 일이 없었다. TV는 중국어판이고, 인터넷은 아예 안되었다. 이틀이나 사흘쯤 치면 공 꼴도 보기 싫어지고 그렇다고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실력이 날마다 늘어 재미가 더해지는 일도 없다. 해서 날이 갈수록 기쁨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하는 수 없이 공이나 쳐야 하는 처지에 당도하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내기라도 야무지게 붙는다면 원한관계(!)로 사생결단하고 볼을 두드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다음에는 체력이 부쳐 골프 혐오증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이런 골프장은 단체 손님 외는 없는 게 보통이고, 그 단체는 대부분 한국사람들이라 이 골프장 위치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분이 안될 때가 종종 있다.
그림은 멋지지만 저 큰 건물 외는 이곳에 다른 건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기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이건 팩키지로는 좀 어렵다. 꼭 그러고 싶으면 동네 여행사에 특별히 부탁을 해야 한다. 이 경우는 1팀(4명)으로는 어렵고 적어도 2-3팀 이상은 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알다. 특별히 부탁한 일정으로 가면 돈이 엄청 든다. 여행사 쪽에선 이 팀에 한 사람 이상 매달려야 하는 부담 때문일 것이다.
'공도 치고 여행도 하고'는 배낭여행처럼 해야 제 격이다. 배낭여행을 하는 이유는 경비 절약도 있지만 그곳의 사람들과 자연, 명승지와 역사 등을 좀더 가까이 접하기 위해 아닌가.
그런데 이건 쉽지 않다. 일정, 항공권부터 숙소, 식사, 교통편 등등 모조리 자체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니까. 내가 최근에 하는 방법이 이 방법인데, 지금까지 대여섯 번의 투어는 엄청나게 재미있고 보람이 있었다.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팀원끼리의 화합과 협조이다. 팀원들이 밥 먹자는데 자기에겐 빵달라는 식으로 행동하면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팀을 위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 연초(2016년)에 네 분의 형님 뻘되는 분들이 함께 간 투어에서는 한 분이 식성이 까다로와 예산보다 돈을 많이 썼다. 한식 아니면 안 먹는다고 해서 4백원짜리 쌀국수 대신 8천원짜리 냉면을 먹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얀마 네피도 투어도 고생을 각오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환경이 워낙 열악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3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고 그것을 즐기면 문제될 것이 없다. 비용도 항공료를 제외하면 크게 많이 들 것이 없다. 팀원들이여, 하루 36홀은 기대하지 마시라. 2-3일이면 몸살한다.
아침은 뭘 먹지? 오늘은 어느 골프장 가볼까? 쇼핑? 산보?
더울 때는 낮잠도 자고 하면서 모든 일과를 의논해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고생한 만큼의 추억도 남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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