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열매 맺다
사월초파일만 찾아가는 절. 올해도 그랬다.
이 절 대법사는 사명대사와 연이 있다. 사진의 탑 오른쪽에 있는 키 큰 모과나무는 사명대사가 심은 거라고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우리 할머니와 이 절을 일으켜 세운 작년에 돌아가신 지혜 스님의 불연이 각별했고, 그리고 나의 어머니와 현재 주지 원공 스님과도 특별한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이렇게 축등 하나 달고, 법당에 촛불켜는 일 외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손녀를 볼 때가 다 되었다. 큰 아들네가 4년 가까이 기다리게 하더니 이 달에 드디어 손녀을 보여준단다.
이 절의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있는 용왕각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둘러 공양을 들고서 밭으로 갔다. 내심 궁금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 싹을 틔우지 않는 과수 몇 그루가 있었는데 혹시 그대로 말라버리지나 않았는지 걱정되었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 그 뿌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가지를 살리려다 오히려 뿌리의 기력을 잃어버리고 죽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옮겨 심은 아로니아와 복분자에 가지 치기를 더해줘야 한다는 조바심도 있었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어머니는 잡초를 뽑고 나는 전지 가위와 톱을 들었다.
사실 4, 5년 전에 도합 마흔다섯 그루의 체리 묘목을 심었는데 올해까지 살아남은 나무는 일곱 그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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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언뜻 보기에는 세력이 빈약해서 열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서 초파일과 그 이튿날에 걸쳐 안될 것 같은 체리나무를 톱으로 과감하게 베어버렸다.
일곱 그루 중 겨우 두 그루에서 체리 열매를 드디어 확인한다. 한 그루는 5년 만에, 또 한 그루는 4년 만이다.
아래 사진은 5년된 나무이다. 이 나무에는 겨우 열매 2개가 달렸다.
4년 째인 어린 나무에서 더 많은 열매가 열렸다.
올해 심은 사과 나무랑 포도, 복숭아, 자두, 왕대추 등은 일단 다 새싹을 틔웠다.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하던 머루 포도도 원 가지는 말랐으나 뿌리 부분에서 새 줄기가 힘차게 뻗어나오고 있었다.
아내는 사과 따먹은 즐거운 상상을 한다. 그 곁에 계시던 작은 어머니는 '사과가 저절로 열린다 카더나?'면서 핀잔을 준다.